“의원님이 간택하시기를 기다려야죠.”

TV에서 방영하는 사극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기초자치단체장 또는 광역 및 기초 의원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이야기다.

오는 6·2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후보자들이 떨고 있다. 이들의 염원은 오직 하나. 한나라당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에게 해당 지역의 공천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천을 받기가 쉽지가 않다.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으면 이미 당선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겨지는 대구와 경북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예비후보를 등록한 후보자만 해도 상당한 수준 이어서다.

한나라당 공천 고지에 이르는 길이 산넘어 산이다 보니 벌써부터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상주하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월부터 출마 예정자들의 방문으로 홍역을 앓았고, 그 발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의원과의 친분이나 해당 보좌관과의 약속을 통해 방문하는 것은 양반 수준. 무턱대고 찾아와 “의원님과 면담을 하게 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모습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구미시장을 꿈꾸던 한 시의원은 아예“나는 지역 의원에게 내락을 받았다”며 여의도에 있는 한 정치컨설팅 회사에 의뢰하는 바람에, 해당 회사가 진위조사를 벌인 적도 있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주호영(대구 수성을) 특임장관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수성구청장과 시의원 및 구의원 후보자들을 공개 면담했다.

주 장관은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 후보자들을 한꺼번에 면담해 불신을 종식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지역 의원의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의원들도 적지않다. 지역의 한 의원이 “요즈음 후보자들은 정치적으로 준비된 경우가 없다”며 공천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해당 의원의 지역구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며 스스로를 홍보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모아보면, 흡사 조선시대에 왕비를 간택하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후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중삼중으로 처진 방벽을 뚫고 결승선에 골인해야 하는 입장인 반면, 공천권을 가진 의원은 향후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양측의 머리싸움 및 수읽기는 공천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의 한 의원은 “결국 공천이라는 것은 한국 정치의 잘못된 단편 중 하나”라면서 “훗날, 이 같은 악습이 없어진다면 한국 정치 선진화의 한 획으로 선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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