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초의 백화점이자 유통의 자존심인 화성산업(주) 동아백화점이 이랜드에 매각됐다. 화성산업은 지난 8일 이랜드리테일과 포괄적 영업양수도 방식을 통해 유통사업부문 매각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토종 백화점의 명맥을 이어왔던 대구에는 이제 대구백화점 한 곳만 남게 됐다. 1972년 9월 대구시 동문동에서 문을 연 동아의 간판은 당분간 걸려 있겠지만 결국 37년 6개월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화성산업의 이 같은 결정은 롯데가 내년 상반기까지 동구 율하동 `롯데 쇼핑플라자`와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내 프리미엄 아울렛 등 2곳을 추가로 개점하는데다 내년 8월 현대백화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마저 대구 진출을 선언하는 등 거대자본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화성산업이 유통사업을 포기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시장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유통업을 접는 대신 주택건설업에 전력하기 위한 전략이다. 매각이 결정된 후 이인중 회장은 “건설·신성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듯이 유통부문 매각자금으로 부채를 상당부문 정리하면 건실한 건설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성산업은 우방, 청구 등의 도산으로 현재 지역의 간판 건설사로 전국에서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건설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에서 대구 1위(전국 49위)이며, 계열사인 화성개발은 대구 4위(전국 137위)를 차지해 건실한 건설사로의 성장요건을 갖췄다.

그동안 화성산업 동아백화점이 지역 토종기업으로서 지역 사회에 공헌했던 부분이 많았다. 동아백화점 매각은 화성산업이 자산건전성과 장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거래이며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지방기업의 존립을 위한 조치일 뿐이다. 수도권 기업에 인수된 것에 대해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유통사업을 포기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인 만큼 동아백화점이 매각되더라도 화성산업은 지역의 대표기업으로 대구·경북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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