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부질없는 일이야, 잘래잘래
고개 저을 때마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마르면서 젖어가는 울음소리가 명명하게 들려왔다
고추는 매운 물을 죄 빼내어도 맵듯
마른 눈물로 얼룩진 그녀도 나도 맵게 우는 밤이었다
`시평` 2009년 여름호
눈물은 정화된 영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순수한 슬픔은 자신과 세상을 정화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 청각에서 시각으로, 시각에서 미각과 촉각으로 나아가는 이 시의 이미지는 끝내 온몸의 울음으로 깊어진다.
깨끗하고 진정한 슬픔에 깊이 빠져보라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가 들릴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