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찬대구취재본부장
지난해 가을부터 국내는 세종시 문제가 국정의 쟁점으로 떠올라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를 두고 술렁거리기 시작하면서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밴쿠버에서 날아온 금메달 열기와 함께 첫 번째 계절 봄(春)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 가쁘게 지나간 것이다. 나라밖에서는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2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최근 미국에서는 폭설로 연방정부가 마비된 적이 있었다.

또 올해는 6.2 동시지방선거가 있는 해여서 예비후보들이 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들어간 가운데 여·야는 지방선거를 3개월 여 앞두고 서로를`심판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A year has four seasons and twelve months. Spring is a first season. March, April, May…(일 년은 4계절과 열두 달이 있으며 첫 번째 계절은 봄이다. 3월, 4월, 5월…). 중학교 때로 기억되는 영어 교과서의 한 문장이다. 40여 년이 지난 영어 교과서에서 이렇게 명시했듯이 아직도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가는 겨울을 잡지 못하고 오는 봄을 막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모양이다. 봄은 1년을 4계절로 나눌 때 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첫 번째 계절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부터 하지까지가 봄이지만 기상학적으로는 3, 4, 5월이 봄이다.

남쪽에서는 벌써 꽃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 지역에서는 너무 추웠던 지난겨울이었는지 아직까지 화창한 봄 소식은 없다. 때가 이른 모양이다. 그러나 겨우내 얼어붙은 계곡이 녹아 물소리에 활기가 넘치고 저수지와 강가에는 파릇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는 만물이 소생한다는 3월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3월이 배고픈 사람에게 양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춥지 않다는 훈훈한 봄기운을 주기 때문에 배고프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그래서 추운 겨울보다는 따뜻한 봄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김동환(東煥)의 시에 김동진(東振)이 1931년에 곡을 붙인 가곡 `봄이 오면`가사에서 봄이라는 계절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첫 번째이자 기다림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이 가사에는 봄을 기다리는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으며, 곡의 느낌도 가사와 같이 소박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봄이 오면은 한국가곡 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중의 하나이자 봄을 기다리는 가곡이라고 할 수 있다.

봄에는 또 우리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새롭게 시작된다. 우선 교육계에는 초, 중, 고, 대학에서 새내기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한다는 부푼 꿈을 안고 입학식과 함께 새로운 생활에 들어가고 지난겨울 동안 동계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어온 아마추어와 프로스포츠 선수들도 시즌 오픈과 함께 대장정에 돌입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납회대회 이후 겨우내 얼음이 녹기만을 기다렸던 강태공들도 조우회 별로 시조회를 가지고 `올봄에는 꼭 월척 한 수 해야지.`라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마음은 벌써 물가에 가 있다.

봄은 초목의 싹이 트는 따뜻한 계절이지만, 기상이 비교적 안정된 겨울이나 여름에 비하면 날씨 변화가 심하고 점차 따뜻해지기는 하나 때때로 추위가 되돌아오는 등 기상이 상당히 변덕스럽다. 그래서 오는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매년 찾아오는 꽃샘추위는 단골손님이다. 단골손님 또한 문전박대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또 매년 노·사가 대립하는 2010년 춘투(春鬪)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이 걱정 된다. 노·사 협상은 서로간의 양보에 의해 원만히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고 산불은 꾸준한 계도와 산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따뜻한 봄날의 일기가 변덕이 심하듯 세상사에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따뜻한 봄날을 되돌려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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