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쯤 되어 보이는

마음껏 불어난 탱탱한 젖통을

땅바닥 가깝게 늘어뜨리고

집을 향해 돌아가는

어미 개 한 마리를 본다

이때쯤이면 한낮의 햇빛들도

젖을 향하여, 일제히 제 빛을 모은다

나도 모르게 젖을 향하여

차렷, 거수경례를 하고 싶어진다.

`작가세계` 2009년 봄호

늘어진 젖을 출렁이며 집으로 돌아가는 개를 보면서 젖이라는 말 혹은 그 말이 거느린 넉넉한 생명감을 느낀 시인은 그 젖을 향하여 거수경례를 한다. 우습고 재밌는 광경이다.

시인의 생명존중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이 시에서 우리는 다시 젖에 대해 생각해 볼일이다. 식물들에게 끝없이 물줄기를 대주는 대지도 젖이요, 생명을 이어가도록 무한 리필되는 물도 공기도 소중한 젖이 아닐까.

어릴 적 우리에게 젖을 물려주고 목숨의 끈을 이어주신 어머니, 평생 사랑과 정성을 공급해주는 어머니를 가만히 불러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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