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찾은 오랜 지기 구봉서 `오열`

24일 오랜 지기였던 배삼룡의 빈소를 방문한 구봉서는 황망한 표정이었다.

오전 10시53분께 휠체어에 타고 링거용 바늘을 손에 꽂은 채로 빈소에 나타난 구봉서는 지팡이를 짚고 좌우로 2명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서 한참 동안 친구 배삼룡의 영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어 술을 올리고 향을 피우는 등 조문 절차를 마치고 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구봉서는 다소 한산했던 이날 오전 빈소를 둘러보며 유족들에게 “왜 아무도 없느냐”고 묻고는 몸이 불편한 듯 “가겠다”며 자리를 나섰다.

배삼룡의 유족인 딸들은 나서는 구봉서에게 “(조문에 와주셔서) 아버지가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울먹였고, 구봉서도 유족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고인에 얽힌 기억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6·25 직후에 육군본부 정훈관에서 배삼룡을 처음 봤다”며 “웬 시커먼 놈이 서 있었는데 그게 배삼룡이었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앞이 뽀얀 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할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배삼룡의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정도 털어놓았다. 또 “코미디라는 게 누구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걔(배삼룡)랑은 잘 맞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지난해 초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뇌수술을 받은 구봉서는 지난 12월에도 소파에서 자다가 굴러 떨어져 손이 부러지고 심하게 체해서 최근 무척 고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봉서의 가족들은 얼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한사코 기자들의 인터뷰를 마다했다.

배삼룡의 장례식은 당초 5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가 3일장으로 바뀌었으며 발인은 25일 오전 8시이고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면의 `분당추모공원 휴(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