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이 식지 않고 춥고 세찬 바람을 건너가기 위해

제주에선 말에 짤랑짤랑 울리는 방울을 단다

가령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이 그렇다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말의 방울을 달면

돌담을 넘어 올레를 달려 바람을 건너

물속 아득히 물질하는 어머니에게까지 찾아간다

어멍·····,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나

ㅇ이라는 바퀴 제 몸 때리듯 끝없이 굴리며

그리운 것을 찾아가는 순례자의 저 숨비소리 같은 것

`애지` 2009년 봄호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일근 시인의 근작이다. 그는 은현리에서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어머니` 라는 말이 아닐까. `엄마`,`어무이`,`어멍`이라고 불러볼 때 가슴 가득 밀려오는 눈물겨움이나 따스함 혹은 어떤 서러움 같은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나 제 몸 때리며 끝없이 굴러오는 숨비소리 같은 말, 자연스레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절실한 말이 아닐까. 어머니. 어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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