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락 포항장성요양병원장

유교사상에 철저히 지배되었던 시대의 가족에서는 자식이 부모에게 행하는 `효`가 부모 자녀 관계에서 기본이었고,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되었으며, 모든 생활 속에 내재되어 깔렸었다.

가족 부양의 기틀이 되는 기본 개념이 곧, `효`였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효행 일화에도 어버이에게 존중감을, 안락하게 모시는 것, 어버이에게 욕되지 않게, 부모 위해 어려운 일을 행하는 것, 신체적 재정적 희생을 하는 것 등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내용이었으며, 효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의 경로사상 및 노인복지사상에도 그 뿌리가 되고 있다. 효는 실천유리이다.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노인이 가지고 있는 효의 개념은 `부모 말에 순종하는 것`이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그다음에는 `자손이나 자기가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孝)자(字)는 노()자와 자(子)자의 합성으로, 효의 마음은 효심(孝心), 행동으로 옮기면 효행(孝行), 효를 성실히 수행하는 인생의 길을 효도(孝道)라고 한다. 이것으로 볼 때, 효에서는 물질보다도 정신이 더 강조되고 있다.

반대로 불효는 부모에게 소홀히 대하는 것, 가산의 탕진, 이웃과의 불화, 친구로부터 불신을 당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국가에 불충하는 것과 전쟁에서 비겁함 등으로 확대 해석이 되었다.

오늘날은 비록 효의 보은적 의미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지만, 효라는 개념이 많이 퇴화되어 있는데, 이는 효도에서 가치의 기준점과 표현 방식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지금의 사회가 합리주의, 능률 위주의 경쟁사회, 비인간성, 대중성, 익명성, 감정적 유대보다 이익에 의해 뭉쳐지는 이익집단의 출현, 등으로 인한 것이다. 사회가 변해 감에 따라 그 구성원이 가지는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이다. 효의 개념도 예외일 수 없다.

오늘날 이 사회의 바람직한 효는 첫째로, 과거에는 신분적 지배관계로서 강압적, 규제적, 의무적이었지만 효도는 자녀가 부모에게 바치는 의무적 규제가 아니라 자유와 평등, 박애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여, 자식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존중의 감정을 중심으로 하여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

과거처럼 절대적인 권위와 복종에 기반을 둔 권력구조적인 관계 속에서는, 개인의 삶의 의미를 말살 내지 희생 시키게 되어 가족은 존재 의미가 없어질 것이므로, 오늘날 `가족은 사회와 개인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양면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로 사회에서 겪는 여러 가지의 박탈감, 불안감, 소외감 등에 대해 가정에서 안정감을 찾고, 심리적으로 안주할 수 있는 `위안을 부모와의 애정교환`에서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가정은 생활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감정 공동체이다. 가정에는 각자가 해야 할 역할과 지위가 분화되어 있는데, 이런 가정에서 부모 자녀의 가장 강력한 영속적 관계가 바로 `정서적 감정적 유대`이며 이 유대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효는 우리의 도덕적 관념을 형성시킨 문화적 배경이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효 사상이 지닌 역기능적인 요인은 제거하고, 효에 바탕을 둔 가족주의와 평등주의적인 이념을 함께 수용할 때 오늘날 우리나라의 가족이 직면한 문제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효는 느낌이나 태도적인 것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나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서, 효행은 가족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협동 속에서 이루어진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합리적인 현대적 효는 개인의 행복만을 영위하는 측면이나 집단 속에서 개인이 희생되는 측면이 아닌, 전통적 인간관계의 가치를 수용하면서, 변화하는 사회에 부응하는 개념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서 효는 그 뿌리는 옛날과 같을지라도 표현하고 행동하는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효의 개념은 `존경`, `책임`, `가족화합`, `희생`의 네 가지 차원으로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