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필 때 다 써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서정시학` 2009년 가을호

맞다. 꽃의 생애는 순간이고 꽃의 피 속에는 장수할 수 있는 유전인자가 없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자기를 다 써버리는 꽃의 생애는 타올랐다 꺼져버리는 불과 같다. 생명있는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을까. 필자는 깍아지르는 벼랑에 붙어서서 푸르름을 한껏 뿜어내는 바다기슭의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한 편의 시를 쓴 적이 있다.

사시사철 자기를 온전히 투신하면서 청청함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최선을 다하는 한 생을 들여다 본 것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온 힘을 다해 자기를 발산하는 꽃과 그 향기를 그려내면서 나태하고 말 많은 우리들 삶의 태도에 무언가를 던지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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