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한 마리 비탈에서

꿈틀거린다

뽕잎 대신 화목을 먹고

초벌 재벌.....

깊은잠 깨어 쏟아놓는

당초무늬 푸른 풀잎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학 한 무리

두둥실

떠오르는 환한 달

`푸른시` 2009

돌담을 기어오르는 한여름 뙈약볕을 견딘 누런 호박을 보면서 삶의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네 짧은 한 생애도 이와 같아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안정되고 성숙한 인생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법이다. 까칠한 호박덩굴을 보면서 당당하게 한 생을 살다가 이제는 낡고 늙어가지만 또 다른 의미의 길이 열리고 있음을 시인은 보고 있다. 그 길은 당당함의 길이요 완숙된 생의 길인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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