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추노` 김하은

“한마디로 로또 당첨된 거죠! 요즘 설화 때문에 정말 행복합니다.”

탤런트 김하은(26)은 이렇게 말하며 천방지축 귀여운 `설화`처럼 씩 웃었다.

화제의 드라마 KBS 2TV `추노`에서 여주인공 언년(이다해 분) 부럽지 않은 비중의 설화 역을 맡은 그다. 데뷔 한 지 어언 6년. 그러나 그동안 얼굴도, 이름도 알리기 힘들었던 그는 `추노`가 인기를 끌면서 곧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됐다.

“2004년 KBS 공채 20기 출신이에요. 하지만 그동안 저를 알리지 못했죠. 2007년 KBS `한성별곡`에서는 그래도 여주인공을 맡았지만 시청률이 너무 낮아서 아무도 저를 기억하지 못하세요.(웃음)”

그는 지난해 `추노`의 대본을 우연히 접하고 설화 역에 꽂혔다. 너무 하고 싶어서 A4용지 40~50장 분량의 캐릭터 분석 리포터를 `추노`의 곽정환 PD에게 냈다. 곽 PD가 `한성별곡`에 자신을 발탁한 것에 희망을 걸었다.

대길 짝사랑하는 `철부지` 역으로 스포트라이트

역 맡고 싶어 무작정 해금 연주·타령 연습 시작

“작품에 폐될까 불안하지만 정말 잘해내고 싶어”

“감독님은 설화는 언년이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 있는 여자 캐릭터라 이름 있는 배우를 쓰고 싶어하셨어요. 처음부터 `넌 안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전 `기다리겠다`고 했고, 기다리는 동안 무작정 설화에게 필요한 해금 연주와 타령 연습을 시작했어요. 꼭 하고 싶었지만, 캐스팅이 안 돼도 뭔가를 배우는 게 후회스럽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또 기회가 왔는데 준비가 안돼 있어 역할을 놓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고요.”

그의 뜻이 통했다. 유명 배우들이 하나 둘, 이런저런 이유로 캐스팅 불발되면서 마침내 두 달여 만에 그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비중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많이 나올 줄도 몰랐고요. 그저 그 역을 맡았다는 것이 좋았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볼수록 호기심이 드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곽 PD는 그의 캐릭터 분석 리포터를 보고 `설화는 생각이 없는 아이인데 이렇게 분석을 하면 어떡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는 “설화라는 아이는 본능적으로 연기해야 하지만, 난 잘해내고 싶은 열정이 있기 때문에 뭔가를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타령을 배웠다고 하지만 짧은 기간 그가 익힌 것은 리듬 정도다. 그의 노래는 어설프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사당패 출신 거리의 여자의 노랫가락에 어울린다. 은근히 중독성도 있다.

설화는 시청자가 보기에는 대길과 언년의 사랑에 오점이 되는 인물이다. 그래서 미움을 받기도 하다. 늘 `배고파`라며 대길이 패거리에게 칭얼대는 것도 `민폐`로 거론된다.

“깐족깐족 대고 대길이 패거리에 무작정 얹혀 지내는 모습이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각오했어요. 하지만 설화는 점점 성장해가는 인물이에요. 감정적으로도 성숙해가고요. 다채로운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164㎝ - 45㎏의 마른 체형인 그는 `추노`를 촬영하며 말을 타다 엉덩이 살이 벗겨져 진물이 나는 등의 고생을 해 42㎏까지 살이 빠지기도 했다.

“너무 마르니까 화면에 얼굴이 안 되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끊임없이 먹어서 다시 체중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전국을 돌아다니는 촬영이라 힘들긴 하네요.”

그는 “사실 마냥 좋고 행복하지는 않다. 반응이 세게 오니까 부담이 크다. 내가 작품에 폐가 될까 늘 불안하다”면서 “그러나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라 정말 잘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