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한지 1주기를 맞았다. 떠난 지 1주년이 됐지만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한마디는 그의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꽃처럼 여전히 우리 이웃을 감싸고 있다.

선종 직후 알려진 장기기증 사실은 우리 사회의 장기기증 문화를 바꿨다.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감사 문화`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김 추기경의 선종 1주기는 한국사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지난해 김 추기경이 기증한 각막을 이식받은 경북 안동의 한 촌로가 맞는 1주기는 벅찬 감동의 물결이 아닌가 싶다. 권모 옹은 오직 감사할 뿐이라고 말한다. 평생 종교 없이 살아왔지만 올해부터는 성당을 다녀볼 생각이라고 한다. 고마운 추기경의 은혜에 100분의 1이라도 보답하는 인생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권 옹이 지난해 2월16일 선종한 김 추기경으로부터 기증받은 각막을 이식받은 것은 다음날인 27일.

40여 년 전 냉동창고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어 각막 기증을 기다리고 있던 권 옹은 이날 이른 아침 서울 가톨릭대 성모병원으로부터 다급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각막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전화와 함께 이날 상경한 권 옹은 수속을 받자마자 수술대에 올라 이날 오후 6시께 왼쪽 눈 각막 이식을 무사히 마쳤다.

이때까지도 가족은 각막을 기증한 은인이 바로 하루 전 선종한 김 추기경인줄 몰랐다고 한다. 마침 퇴원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이 이를 알려주면서 알게 되자 권 옹을 비롯한 가족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은 물론 당시 가족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함을 표하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권 옹은 오늘날까지 단 하루도 김 추기경에게 대한 감사의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 추기경으로부터 권 옹이 각막을 기증받자 권 옹이 살고 있는 안동과 김 추기경과의 인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 추기경은 1951년 9월15일 6·25전쟁 당시 첫 사역지인 안동성당(현 목성동성당)의 주임 신부로 부임해 인연을 맺은 후 1953년 4월 천주교 대구교구 교구장 비서 신부로 옮겨 가기 전까지 재직했다. 당시 교분을 나누었던 안동의 한 인사는 전쟁 통에 부임했던 첫 사역지가 안동이어서 인지 생전에 안동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늘 각별했음을 회고하고 있다. 아무튼 김수환추기경의 선종 1주기가`나눔·베품`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