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락 포항장성요양병원장

요즈음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핵가족화, 여성의 취업률 증가, 심한 입시 경쟁, 가족구조와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가족 부양의 방법이 다른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효는 부모 자식 간에 따뜻한 대화나 자연스러운 행위와 감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효의 실천이 이웃과 사회에 대한 사랑으로 연장되어져야 한다.

효도는 세계화 시대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이다. 인생에서 좋은 것 좋지 않은 것 등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수용하고, 감싸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정에서 배우고, 이로써 가정은 물론 주위의 다른 사람과 공경하는 자세로 대면하는 것을 익히게 된다.

조선조 500년을 지배했던 유교사상에는 효는 백행의 근원이고 인간 지도의 원리이며(이 퇴계), 모든 행동의 으뜸이고 가정을 바로 잡는 것(이 율곡)으로서, 효 사상을 확대하면 부모뿐 아니라 웃어른에게 존경의 태도, 사회에 대한 헌신적 봉사 그리고 충성심으로까지 연결되며, 현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효란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이 오래되어, 손때 묻은 것 같이 냉대 되고, 노인 자기들만의 논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된 것은 자녀가 부모에게 순응하고 존경해야만 하는 일방통행의 원리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시대에 맞도록 어른들이 효의 개념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효는 사실 동양 사상에만 있는 윤리가치다. 서양에서는 filial piety로 표현되는데, 이는 충성심과 경건에 더 무게를 두어서 우리의 효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이제 효는 아껴야 할 아시아적 가치이며, 길이 보전해야 할 우리의 자부심으로 인식해야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효의 실천을 권장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정 내에서의 예절교육이고, 학교에서는 예절뿐 아니라 웃어른을 모시는 인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절교육에 있어서 노인들이 본을 보이려면, 노인은 먼저 과거에 자기들은 효도를 어떻게 하였는지를 반성하여 젊은이에게 시대에 맞는 새로운 효 개념을 심어 주어야 한다. 올림 효도에 못지않게 내리사랑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효를 적게 다루거나 아예 없다. 그리고 또 부모와 학생 간의 대화 시간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옛날부터 밥상머리에서 자녀교육을 시킨다고 하였는데, 자녀와 같이 밥을 먹을 시간도 거의 사라졌다. 다행히도 요즈음은 여러 가지 문화 활동으로 효 문화의 시대적 변화를 기록, 저장, 배포하여 사회에 대한 효 교육의 효과 및 내용 분석이 연구되고 있다.

노인들은 젊은이 앞에서 무조건 훈시를 한다거나, 고집이 세거나, 참견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노인은 예비역이므로 한발 물러서는 게 지혜다. 어떤 모습으로 노후를 맞이하는가는 노인 스스로의 노력과 가족의 원조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노인도 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추억이 공유되도록 자손과 대화하기를 힘쓰자. 진정한 노인은 살아온 날들을 정리한 후, 다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분들임을 알리려고 노력할 때, 효는 겨우 자기 자리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