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까지 거리는

병풍 두께 2.5센티

꽃 피고 새가 나는

병풍 한쪽은

기쁜 날에 펴고요

먹글씨만 쓰인

다른 한 쪽은

슬픈 날에 펼쳐요

삶도 죽음도

병풍 두께 2.5센티

젖 먹던 입부터

숨 거두는 콧구멍까지도

병풍 두께 2.5센티

`창비` 2009. 10.

이승에서 저승까지의 거리는 얼마일까. 가깝고도 아득한 간극이 놓여있지 않을까. 시인은 이승과 저승의 거리를 망자의 관 앞에 둘러치는 병풍의 두께인 2.5센티라고 말하고 있다. 틈이라고 해야할 만큼의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우리는 저승이 아득히 멀리있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영원히 살 것 같이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 우습고 바보스럽다. 아득하게 멀리 두고 있는 망자의 세계가 한 치 입에서 콧구멍까지의 거리보다도 가까이 있다는 것을 믿으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어리석은.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