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이화시·이보희 등 1960~1980년대 은막스타들 `제2의 배우` 인생

관록 있는 여배우들의 스크린 복귀가 최근 잇따라 눈길을 끈다. 1960~1980년대에 맹활약했던 여배우들이 제2의 배우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를 대표했던 여배우 윤정희(66)는 올해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로 복귀한다. 스크린 복귀는 만무방(1994) 이후 16년 만이다. 윤정희는 문희, 남정임과 함께 1960년대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은막의 스타다.

윤정희는 이 영화에서 생활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며 외손자를 기르는 60대 중반의 미자 역을 맡았다. 파출부로 일하며 힘들게 살면서도 문학 강좌를 들으며 시를 배우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윤정희는 “마음은 항상 여기(영화)에 있었기 때문에 조명이나 카메라에 거부감도 없다. 딱히 힘든 것도 없고 그저 옛날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1980년대의 스타 이보희(51)도 신인 백동훈 감독이 연출한 `식객:김치전쟁`으로 지난달 복귀했다. 영화 `A+삶`(1998) 이후 12년 만이다.

1983년 `과부춤`으로 데뷔한 이보희는 `무릎과 무릎사이`(1984), `어우동`(1985),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등 주로 이장호 감독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하며 명성을 얻은 배우다.

이보희는 이 영화에서 일본에서 성공한 주방장 배장은(김정은)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김영애(59)는 `영어완전정복`(2003)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애자`(정기훈 감독)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 영화에서 불치병에 걸려 죽는 엄마 역할을 한 그는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 `백야행`(2009·박신우 감독)에서 주인공 요한(고수)의 어머니 역을 맡은 차화연(50)도 `먼 여행 긴 터널`(1986) 이후 23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 2007년 `두번째 사랑`(김진아 감독)으로 29년 만에 복귀한 이화시는 작년에는 `귀향`이란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이들 여배우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지만, 예전처럼 모두 주연급 배우로 돌아온 건 아니다. 윤정희와 김영애는 주연급이지만 이보희와 이화시, 차화연은 모두 조연급이다.

또 세월이 흐른 만큼 변화된 모습으로 영화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청춘스타였던 윤정희는 외손자를 기르는 할머니로, 이보희, 김영애, 이화시, 차화연은 모두 주인공의 엄마로 나온다.

이처럼 주·조연을 가리지 않으며 활약하는 관록 있는 여배우들의 스크린 복귀는 여배우 진용을 한층 풍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