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간 힘겨루기에 휩쓸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 잘하는 사람 밀고 싶다.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강도론`에 대해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그때는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이 대통령을 꼭 짚어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심증은 가는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의 날선 반응에 대해 청와대는 김은혜 대변인을 통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싶다`는 말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며,`강도` 역시 “세계 금융위기를 빗대어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크게 달라 진 것은 대부분의 언론들이 `박 전 대표의 날선 반응에 당혹한 청와대가 해명을 했다`고 보도를 한 뒤 부터였다. 청와대측의 대응자세가 공세모드로 바뀌었다. 청와대는 11일 오전 이동관 홍보수석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수석은 “분초를 아껴가면서 국정에 매진하면서 뚜벅뚜벅 일하는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고나서 `원론적 언급 이었다`고 넘어가는 태도는 정말 온당치도 못하고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황당하다.”며 사과를 공식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이른바`강도론`이나`일 잘하는 사람을 지원하고싶다`는 말은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닌 게 틀림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 표현들은 이 대통령이 지난 해 세계 경제위기이후 여러 번 사용한 `상용어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세종시 문제로 대결국면속에 있는 박 전 대표에게는 자신을 겨냥하는 것으로 들렸을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나라당이 진정한`한나라`당으로서 자리잡고, 국정어젠다를 이끌고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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