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우면 무겁다고 진즉 말씀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이제 그만 이 짐 내려달라 하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이만큼 이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좀 나누어지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

쉬엄쉬엄 한숨도 쉬고 곁눈도 팔고

주절주절 신세타령도 하며 오시지 그러셨어요

등골 휘도록 사지 뒤틀리도

도록 져다 나른 종소리

지금 한눈팔지 않고 저 먼 천리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뒤틀린 사지로 저리 바쁘게 달려가는 당신 앞에서

어찌 이승의 삶을 무겁다 하겠습니까

고작 반백년 지고 온 이 육신의 짐을

어찌 이제 그만 내려달라 하겠습니까

`현대시학` 2009년 4월호

산사(山寺)의 청동종이 매달린 종각 앞에서 시인의 삶에 대한 성찰이 깊고 무겁다. 개심사 종각에 매달린 수 천근의 종이 그 무게를 운명으로 안고 묵묵히 짐 지고 있듯이, 절대자이거나 혹은 자식들을 키우느라 그 무거운 삶의 무게를 무게로 여기지 않고 건너가는 부모님의 삶이거나 그 인종의 삶에 머리 숙이는 시인의 경건한 마음자리와 겸허한 자기 성찰이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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