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무심코 소매 끝에 붙은

마른 밥풀 한 개를

입 속에 넣고 불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멀리

들판 끝에서 알몸의

여자가 아른아른 일어섰다가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오후

잠결에도 입 안이 달다

`시인세계` (2009년 봄호)

삼라만상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삼월이면 그냥 삼월이지 `춘삼월`이라 지칭하는 데는 엄동의 혹한을 견디며 기다린 봄에 대한 반가움이랄까 기쁨 같은, 사람들의 감정이 이입된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겨울 내내 빈둥거리며 하릴없이 기다린 봄이 도둑처럼 다가온 것이다. 시인은 찾아온 봄을 들판 끝에서 아른거리며 다가오는 알몸의 여자에 비유하고 있다.

고난과 시련을 견딘 오랜 기다림, 그 끝에 생의 환희가 있는 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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