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이인데도 유독 어떤 사람은 더 늙어보이는 이유가 밝혀졌다.

영국 레스터(Leicester) 대학 의과대학 심장전문의 닐레시 사마니(Nilesh Samani) 박사는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하는 변이유전자를 찾아냈으며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3-7년 빨리 늙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한 것으로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 등이 7일 보도했다.

사마니 박사는 약 3천명을 대상으로 유전자의 DNA염기서열 변이 50여만 개를 분석한 결과 제3번 염색체에서 TERC라고 불리는 유전자 바로 옆에 있는 DNA의 염기서열이 변이된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빨리 늙고 심장병 등 노인성질환도 빨리 겪게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38%는 문제의 변이유전자 카피 하나를 물려받은 사람로 밝혀졌으며 이들은 정상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3-4년 빨리 늙고 변이유전자 카피 2개를 모두 물려받은 사람(7%)은 6-7년 빨리 늙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나이에 비해 염색체의 텔로미어가 비정상적으로 짧았다고 사마니 박사는 밝혔다.

염색체의 양쪽 끝에는 구두끈 끝이 풀어지지 않도록 싸맨 플라스틱처럼 텔로미어라는 보호부분이 있다.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이 텔로미어는 조금씩 짧아지며 나중엔 텔로미어가 상당히 짧아지면서 세포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노화의 신호를 나타내게 된다.

문제의 TERC는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효소인 텔로메라제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이다.

변이된 이 유전자 카피를 하나 또는 둘 가진 사람은 자궁에서 자랄 때부터 텔로메라제가 덜 만들어졌을 것으로 사마니 박사는 추정했다. 결국 이 사람들은 애초부터 짧은 텔로미어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빨리 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텔로메라제는 출생 후에는 완전히 비활성화 된다. 그러나 암세포에서는 텔로메라제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세포가 늙지 않고 무한 증식하게 된다. 따라서 텔로메라제를 자칫 잘못 주입했다간 세포의 노화를 막는 대신 암을 유발시킬 염려가 있다고 사마니 박사는 말했다.

다만 젊었을 때 유전자검사를 통해 이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운동, 건전한 식습관, 금연, 콜레스테롤저하제 복용 등을 통해 조기노화에 의한 성인병 위험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 최신호(2월7일자)에 발표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