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심양 집안(集安)에서 보낸 나흘간의 가을

서울로 돌아온 그날 밤

내가 끌고 다니던 여행용 가방에선

밤새도록 압록강 물소리가 들렸다

압록강 물 건너

북조선의 안개도 불 꺼진 적막도

이 밤에 강을 건너와

나의 잠을 검색 하였다

밤새도록 고구려의 바윗돌로 산성을 쌓고 있었다

말갈기 휘날리며 시위를 당겨라

잃어버린 땅 고구려 대평원을

압록강 상류를 밤새도록 달렸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광개토대왕의 시녀들이 비술나무로 서 있는

국내성 북장(北墻) 안이었다.

`시인세계` 2009년 가을호

몇 해 전 중국의 소위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라는 것이 암암리에 진행되다가 세상에 드러난 적이 있다.

이것은 고구려 발해 같은 우리의 고대사를 부정하고 중국 역사에 편입시켜 버리려는 의도가 깊이 깔린 파렴치한 역사 왜곡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옛날 고구려 땅이었던 그래서 고구려의 정신과 문화유적이 생생히 살아있는 심양, 집안 등지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쓴 시이다. 고구려의 후예들이 정신과 문화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옛 고구려땅에는 백암성, 국내성, 환인산성 등 수많은 유적이 남아있다. 꺼지지 않고 꺾이지 않는 민족혼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이 현장을 기행하고 돌아와 누운 시인의 잠결 속으로 만주벌판을 달리는 고구려 전사들의 말발굽소리와 압록강 도도한 강물 소리가 밤 새 들렸던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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