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지난달 28일~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와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한 특강이 조용한 반향을 울리고 있다.

본지가 이번 행사를 주목했던 이유는 최근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다소 경색돼 있는 현실에 국가 원로인 그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바탕에 있었다. 또 하나는 포항은 물론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인 국민의 기업 포스코가 과거 한때 총을 겨눈 나라에 온갖 리스크를 무릅쓰고 일찌감치 진출한 사업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기 때문이다.

팔순의 노구를 이끈 박 명예회장의 이번 현지 방문은 위의 두 가지 목적은 물론 앞으로 양국 교류사의 한 장으로 기록될 만한 의의를 남겼다. 과거 불행한 전쟁의 역사를 공유한 한·베트남 관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에 앞선 경험의 정수를 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펴낸 `세계 최고의 철강인, 박태준`을 베트남어판 `철의 사나이 박태준`에 담은 책 출간을 기념한 이번 행사는 최근 한국이 월남전을 왜곡한다는 현지 정치권의 반발 기류 때문에 극도의 긴장 속에 추진됐다. 게다가 이튿날 하노이 국가대학에서 열린 특강도`돈 되는 일`에 관심이 쏠려 있다는 현지 젊은이들에게서 과연 어떤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이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박 명예회장은 출판기념회의 호응은 물론 베트남 대학생들의 순수한 열정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의 열정에 불을 지르는 듯한 장을 마련했다. 고령에도 꽂꽂한 자세로 1시간여에 가까운 연설 동안 식민지와 전쟁, 창업건설의 경험과 통찰력을 쏟아낸 노철강왕에게 대학생들은 감동의 눈물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날의 도가니는`막 발전하려는 나라와 국민, 엘리트에게 필요한 것`을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박 명예회장이 무대 모서리에까지 나아가 “절대 부패를 경계하라”고 외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현장을 취재한 베트남 최대신문`도이체`는 이튿날 1면 등 여러 면을 할애해 박태준과 포스코, 이날의 열기를 집중부각시켰다.

2번의 외환 위기를 넘기며 선진국의 힘든 문턱에서 애쓰고 있는 우리에게 박 명예회장의 베트남 외교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질곡의 역사를 헤쳐온 공동의 자산을 새롭게 자각하는 것, 끝까지 늦추지 말아야 할 부패에 대한 경계, 그리고 바로 우리 옆에 국가 원로가 있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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