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조중의 장편 `농담의 세계` 휴먼&북스 刊, 324페이지, 1만원

지역 소설가 조중의씨의 장편 `농담의 세계`는 정치 이야기를, 더없이 기상천외하고 흥미로운 농담의 형태로 풀어낸 재미있고 유쾌한 소설이다.

양심과 자유의 지성은 사라지고, 정치꾼과 졸부들과 깡패들의 위선과 허위만 판을 치는 세상에 던지는 날 선 풍자가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소설로, 요즘의 현실 정치와 선거에 염증을 느낀 독자들이라면, 유쾌한 풍자 미학을 맘껏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기상이변으로 3년간 계속된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는 동주시를 배경으로, 시장 선거 전후의 모습을 한바탕 걸쭉한 농담처럼 풀어낸 소설이다. 말라붙은 강바닥에서 이무기의 주검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편을 가르고 악다구니를 부린다. 선거판은 좌우 대립으로 시작되어 온갖 시정잡배들이 끼어들며 치졸한 싸움판으로 변질되고, 유령이 출몰하는가 하면, 나무가 사람을 잡아먹는 등 거침없는 스토리텔링의 질주가 펼쳐진다. 어느 대목에서는 농담이 선사하는 유쾌한 웃음이, 어느 부분에서는 예리한 풍자에서 오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농담의 세계`에서 그려낸 `현실세계`의 거짓과 부패에 대한 웅숭깊은 풍자와 날 선 비판은 수준 높은 풍자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얄팍한 정치인들과 돈과 주먹으로 무장한 졸부와 깡패들이 득세하는 현실 정치의 불편한 이야기들을, 농담처럼 넘어서며 날렵하게 비트는 저자의 필담과 창의적인 상상력 덕분에,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로움과 유쾌한 재미를 느끼며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소설이다. 한번 잡으면 끝까지 내처 읽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농담의 세계`는 수준 높은 풍자의 미학 못지않게 순수한 이야기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무기와 유령에다 사람 잡아먹는 나무까지, 판타지적 요소와 농담 같은 만화적 설정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군상들의 이야기를 유려하게 풀어 나가는 치밀한 구성과 신선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흡인한다. 무수한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도 않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채, 의도한 방향대로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비틀고 직조해 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덕분에 지극히 기상천외한 농담을 듣고 있는 듯한데,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해석되는 풍자소설의 진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저자는, 타락과 위선의 정치를 해체하고 작은 진실의 마음들을 소생시킬 수 있는 작은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연일 지상에 오르내리는 위선과 허위의 정치세계에 실망하고 좌절한 독자들이라면, 현실의 실과 상상의 바늘로 수놓은 이 `농담의 세계`가 유쾌한 재미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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