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고 나온 사내 하나

주린 몸 구겨 컴퓨터 앞에다 차려 놓고

세상과 대면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허송하면서

세속적인 것과 얽혀

신 들려 했는지, 어찌 하려고

시 몇 줄에 누더기 된 말들 걸쳐놓고

머리칼 쥐어짜며 살아왔는지

더 알려고 않고 그는

오늘 하루 보내려 합니다 가구처럼

`시로여는 세상` 2009년 가을호

이유경 시인은 1959 `사상계`로 등단한 우리 시단의 원로시인이다.

시 `가구처럼`은 시 쓰기 50년이 넘은 노시인의 고백적인 자기토로의 작품이다. 수많은 세월 동안 세상과 대면해 오면서 세상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 소박하고 작은 뜻을 펴지 못하고 살아온 자신의 삶의 근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자성적이고 겸허한 작품이다. 어디 이 시를 쓴 시인의 경우 뿐 이겠는가. 우리네 한 생이 꼼꼼히 챙기고 열심히 살아온 것 같지만 뒤돌아보면 허망한 것이고 후회스러운 일 한두 가지가 아님을 느낄 때가 있다. 주어진 조건들에 순응하며 존재하는 가구처럼 살겠다는 시인의 겸허한 토로가 많은 울림을 건내주는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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