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락 / 포항장성요양병원장

우리는 매일 뭔가를 잃으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상실은 피할 수가 없다. 물건도 잃고, 마음도, 사람도, 세월도 잃으면서 생활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 잃는 내용과 속도 그리고 양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잃음`은 `비탄`이라는 정서로 닿아오는데, 이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고 대단히 강렬하고 불쾌한 것이 특징이며, 대체가 불가능하고 누구에게나 와서 영혼이나 마음을 피폐 시킨다. 미국의 심리학자는 완벽한 스트레스 상황을 100%로 잡을 때, 결혼은 50%로 보았다. 이것은 결혼이 그냥 홀랑홀랑하지 않다는 뜻이다.

생활 중에는 100% 스트레스가 있는데, 그것은 배우자와의 사별이라고 한다. 만약 100% 이상으로 느끼면 그야말로 고꾸라지고 심하면 죽음도 가능한데, 이러한 스트레스가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식의 죽음이다. 그래서 배우자는 시신을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고서 평생 동안 가지고 다닌단다. 이런 것은 당연히 우리 삶에서 역기능을 한다. 여기서는 우선 부부간의 사별을 생각해 보자.

홀아비란 홀로 남은 아버지이고, 미망인은 남편은 죽었으나,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여자라는 의미가 있다. 어느 경우든 홀로 되었을 때의 느낌은 막막함, 절망, 회한, 슬픔과 상실감, 비탄, 고독과 공허함, 쓸쓸, 허망, 우울, 불안, 고립, 허전, 체념, 오기, 아픔, 그리움, 애틋함, 충격, 분노, 수치, 창피 등 기쁘지 않은 모든 정서가 분출될 것이다. 영어로는 alone, lonely, solitude 이 모두 합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첫째로 신체적 장애로 나타난다. 위궤양, 두통, 심하면 온몸이 쑤시기도 한다. 면역체계를 교란시켜 병에 대한 저항력도 약화시킨다.

둘째는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잃었으며, 생존 경쟁에서 동고동락했던 사람, 그리고 돈 주어도 살 수 없는 추억을 나누었던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 갖는 심리적 특성이다. 여성은 `아무개의 아내`라고 하듯 자기의 정체감을 만들어 주던 이와의 이별이요, 남편에게는 목숨을 이어 주는 `산소 같은 여자`를 잃고 홀로감(感)으로 휩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사회적 특성인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재설정한다든지 이후 사회생활의 문제를 독립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야 한다.

넷째는 정신적인 특성으로 비극 이후에는 더욱 착실히 살기 위해 사랑을 좀 더 배우기도 하고, 때로는 신앙을 가짐으로써 종교에서 많은 안위를 받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잃음의 느낌 속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다. 놓쳐버림과 상실에서도, 의미 있는 일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잃음의 아픔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는 비탄이라는 에너지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방치해 두면, 심신 양면에서 엄청나게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