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인 듯 흔적인 듯

꽃인 듯 붉디 붉은 꽃잎인 듯

사랑인 듯 뜨거운 사랑의 멍에인 듯

깊고 푸른 슬픔인 듯

오늘 밤 떠오르는 아련한 슬픔의 별인 듯

그리움인 듯

가슴 차오르는 푸른 그리움인 듯

사무친 강물로 흐르는 눈물인 듯

세상의 소중한 단 한 사람 그대인 듯

그대를 생각하면 가슴 먹먹해지는

그대의 얼굴인 듯

목메어 호명하는 그대의 이름인 듯

`사람의 깊이`(2010년)

1980년대 초 포항에서 `이웃과 시`라는 시동인을 결성해서 함께 활동하며, 지역문학운동을 주도하다가 광양으로 떠나간 정안면 시인은 삶의 열정이 대단하고 매우 정의로운 사람이다. 시인이 건너온 거친 삶의 노정에서 만난 그 어느 것도 그리움이나 사랑의 대상이 아닌게 없을 정도로 그는 치열하고 뜨거운 삶을 살아왔다. 그의 고향 광주의 아픔과 그 이후 이어진 노동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그의 가슴에는 바람인 듯 흔적인 듯 꽃잎인 듯 다가왔다가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과 일들과 시간들이 쌓여있다. 사라져간 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각인된, 하여 시인이 끝없이 목메여 호명하는 이름들로 살아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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