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 와버린 일이

한 두 가지랴만

십오 년 넘게 살던

삼문동 주공아파트가 그렇다네

열 서너 평 임대에

우리 네 식구 오글거리던

화장실 문 앞에

세 끼 밥상 차려지고

어쩌다 쟁그랑쟁그랑 싸워도

자고 일어나면

바로 코앞에서 얼굴 맞대던

이젠 쉬 돌아갈 수도 없는

거기, 마음의 집

`밀양문학, 2009년`

밀양에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있는 고증식 시인의 신작 `첫사랑`을 필자가 소개하는 첫 시로 올려놓는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듯이 오래 간직하고 오랫동안 함께한 것들에 대한 마음은 한 채의 집으로 존재한다. 오래 사용하여 낡고 모양이 형편없이 망가졌다 하더라도 함부로 버릴 수 없고 항상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가 아닐까. 좁고 낡은 아파트와 거기에 함께 생활해온 가구며 세간들 하나하나가 그렇다. 낡고 험해져서 혐오스러운게 아니라 잘 길들여져서 편안하고 따스한 사랑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오래 간직해온 가구나 세간들이 그렇거든 하물며 아옹다옹 살아가는 가족은 달리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시인>

김만수 시인 약력

◆포항생.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한국작가회의·포항문인협회 회원. 푸른시 동인.

◆대동고등학교 재직, 장시 `송정리의 봄`, 시집 `소리내기`, `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 `오래 휘어진 기억`, `종이눈썹`, `산내통신`.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