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대신 산초 사용해 담백한 맛
특히 청와대 김윤옥 영부인이 한식 세계화에 적극 관심을 가지면서 한식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주 보문단지내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韓國歷史文化飮食學校·교장 차은정 박사)가 수년간 신라 음식을 재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이 학교는 최근 국내 처음으로 신라의 대표적인 식단인 `이사금`을 개발하는 등 한식 문화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말·소 제외한 꿩·사슴·멧돼지 등 식용
9가지 맛 식자재 이용… 쌀·고기 필수
△신라 음식의 특징
신라 때는 주·부식의 분리, 부식의 발달, 한국전통 조리법이 확립된 시대이다.
식품의 저장에 조리과학적 영향을 미치는 `고추`의 도입이 이뤄지기 전으로 현재 김치류, 찌개류, 무침류, 볶음류에 흔히 사용하는 고춧가루의 사용이 전혀 없다.
이에 지역적으로 채취하기 쉬운 `산초`를 사용해 매운맛을 대신했다.
그러므로 신라 음식의 이미지는 `담백`하며, 현대에서 언급하는 음식궁합 측면에서 약리적으로 식품을 배합해 `건강 음식`을 구성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라 음식의 식자재는 신라가 농업국가임을 고려할 때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인 3그룹으로 나눠 육류(단백질) 3종, 야채류(비타민) 3종, 어패류(무기질) 3종으로 총 9종이다.
따라서 신라 음식 모델은 신라 구진미(九珍味) 즉 신라의 진귀한 9가지 맛을 지난 식료라는 의미다.
특히 신라 음식과 조선시대 궁중음식의 차이는 문헌을 통해 입증된다.
신라 때는 꿩이나 돼지나 소고기에 비해 사용이 월등히 많고, 조리법도 밥에서 마른 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됐다.
삼국유사에 원광서학조(圓光西學條)에 원광이 살생유택을 가르치면서 가축 측 `말, 소, 돼지, 닭, 개를 죽이지 마라`는 내용 있다.
당시 소는 농경에, 말은 운수나 전쟁 중에 사용하므로 식용으로 먹을 수 있었던 가축은 사냥을 통해 산돼지, 사슴이나 노루, 꿩 등이다.
더욱이 삼국유사에도 `왕이 흰 사슴을 진상 받아 잔치를 베풀고 상을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입증하는 부분은 신라 제례(祭禮)에서다.
현재 경주 향교에서 지내는 제사나 숭혜전 향제의 진설품(陳設品)이 생활음식에 비해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 진설에 `사슴고기`와 양·돼지가 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신라 음식의 존재와 가치
신당서(新唐書)에는 신라에서는 `부녀자들이 행상을 했다`, 계림유사(鷄林類事)에는 `부녀자들이 아침, 저녁에 열리는 시장에서 와서 버드나무 고리를 들고 다니면서 각기 매매를 했다`했다
이 때 시장을 통해 교환된 식재료들이 각 가정의 식생활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을 것이고, 당시 서라벌의 시장을 관리하는 `시정`이 있어 왕궁에서 사용하는 물품의 조달, 왕궁에서 쓰고 남은 생산물을 파는 일을 맡았다고 하니 여기에서 체계적인 식품의 유통이 이뤄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신라에서는 왕가의 식생활을 담당하는 상선국(尙膳局)이 있었고, 그 밖에 포전, 빙고전, 약전 등도 담당했다.
신라는 목축이 활발해 왕족과 귀족층은 축산물로 만든 육류 음식을 일상적으로 섭취했는데, 삼국유사 태종 춘추공조에 왕의 식사는 하루에 쌀 서 말과 수꿩 아홉 마리였는데, 경신년(660) 백제를 멸망시킨 후 하루에 쌀 엿 말, 꿩 열 마리였다고 기록해 당시 식사에 쌀과 고기를 필수식품이었음 알 수 있다.
특히 신라 13대 미추왕, 30대 문무왕, 50대 경순왕의 향제음식은 밥, 국, 탕, 적, 전, 유과, 과일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제수 또한 모두 날 것으로 진설하고 있다.
또한 다른 지방에서 제사상에 주로 사용하고 있는 `닭고기`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경주김씨의 시조인 `김알지`의 탄생설과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조상에 대한 강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신라 제수음식 품목은 당시 식생활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경주/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