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희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
인문산책 刊, 344페이지, 1만5000원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은 인도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에서 인도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인도 유학 시절 인도인들과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와 인도 각지를 여행하며 기록한 이야기이다.

지난해에이어서 FTA 발효 등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인도를 제대로 안내하는 길잡이로서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타자와의 소통`, `자기 성찰의 시간`, `인문학으로 인도를 보다` 등 모두 3부로 구성된 책은 인도를 신화의 나라, 명상의 나라가 아닌 문학의 나라로 접근한다. 흔히 힌두교와 카스트가 지배하는 나라로 알려져 온 인도는 5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이지만, 600년간 이슬람의 지배와 2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도를 형성하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은 알고 보면 끊임없는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며, 이는 인도 문화의 독특한 특징을 형성한 요소이다.

책에는 인도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며 기록한 300컷의 생생한 컬러 사진이 함께 실렸다. 인도를 문학, 철학, 종교, 예술의 시각에서 풀어간 책은 인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여성의 시각으로 인도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문학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성여행자의 인도이야기이다.

인도는 여행자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나라이다. 종교의 문제, 빈부의 문제, 남녀의 문제, 지배와 자유의 문제, 존재의 문제 등 철학과 현실의 모든 문제들을 대면해야 하는 나라이다. 저자는 힌두교에 대한 논쟁이 탄생시킨 우파니샤드 철학과 불교의 정신을 탐색하기도 하고,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벌인 치열한 종교 전쟁의 유적지에 서기도 하며, 가난한 이들과 부자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현장에 있기도 하고, 사랑과 증오의 극단적 이야기를 보기도 하며, 식민 지배의 역사가 남긴 상처와 자유의 소중함을 체험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이 덧없이 느껴지는 강가에 이르기도 한다.

여행을 통한 저자의 치열한 자아 찾기는 결국 인도라는 한 나라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재미일 것이다. 한 여성여행자의 자아 찾기에 동행하다 보면 어느새 인도라는 거대한 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뜻밖의 기쁨을 책에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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