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후염→폐렴 연결 악순환 불러
65세이상 잔병치레 많으면 미리 맞아야

술자리에서 내가 흔히 애용하는 건배사는 `9988234`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감기 정도로 앓다가 죽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다. 사람은 늙으면 아프고, 아프다가 병상에 눕게 되고,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데,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는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비책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사인 나도 따져봐야 알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평생 건강기록을 입수하는 것이나 이를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마침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기록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어 검토해 보았다.

1.팔팔했던 시절:`행동하는 교황`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건강했음

2.질병으로 고생하던 시절:76세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합병증으로 왼손을 떨며 왼쪽 얼굴 근육이 경직되는 증상이 나타남. 만성적인 무릎 관절염을 앓으면서 급격히 허약해짐.

그 후 나이를 먹음에 따라 건강이 날로 나빠져 갔음. - 오른쪽 어깨뼈와 대퇴골이 골절되었으며 담석 제거수술, 악성결장 종양, 맹장염 수술과 수 차례의 독감 치료를 받았음.

3.병상에 눕기 시작:독감이 인후염으로 번졌고 호흡 곤란 증세도 찾아와 호흡을 돕기 위한 기관절개 수술을 받음. 목에 삽입된 인공호흡기 튜브를 통해 호흡하였으며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더불어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체중이 19kg이나 급감했음.

4.죽음: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요로감염을 비롯해 각종 만성질환으로 말미암은 심한 고열에 시달리다가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짐. 향년 84세에 선종(善終)하였음.

정리하면, 99세가 아니라 환갑만 넘기면 팔팔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일단 아프기 시작하면 2-3일 감기 정도가 아니라 각종 심각한 질환이 때로 몰려와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게 되고, 10년 혹은 20년 이상 질병에 시달리면서 점점 약해져 결국 쓰러지게 된다. 일단 쓰러지면 죽음에 이르는 단계가 되는데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결국 숨도 못 쉬고 먹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대소변받다가 끝을 맞게된다.

마지막 단계에 인간답게 제대로 치료 받으려면 엄청난 치료비가 든다. 건강보험 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노인이 1년 병 치료에 드는 비용이 1인당 180만원이고 앞으로 더 늘 것이라 한다.

외국의 통계에 의하면 노인 치료비중 1/4이상이 병상에 눕기 시작에서 죽을 때까지인 마지막 단계에 집중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때 치료 받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의 환자에서 있다. 죽을 것이 뻔한데 엄청난 치료비를 쏟아 붓는 가족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호흡기 내과로 폐렴, 기관지 절개 수술, 인공호흡기 등을 다루고 있어 이에 관한 치료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편인데 치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항생제 및 인공호흡기 사용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대 비용이다. 환자가 통원하면서 드는 한달 약값이 수만원 단위라면 중환자실에서 폐렴 치료에 드는 항생제 값이 하루 십 만원 단위가 넘게 된다. 병세가 악화할수록 비싼 약을 2-3개씩 동시에 쓰게 되니 치료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급증하게 된다.

독감, 인후염, 폐렴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은 노인 건강 문제의 영원한 숙제다. 독감 예방 주사는 맞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으로 되어 있고 많은 사람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독감예방 주사 뒤에 폐렴 예방 주사가 있고, 맞으면 예방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폐렴만 걸리지 않는다면 병실 치료비는 절반 이하로 줄게 된다. 예방에 쓰는 돈이 가장 저렴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잔병 치레가 많고 독감에 자주 걸린다 싶으면, 건강한 노년을 위해 폐렴 예방 주사를 맞아두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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