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므나강변 작은 촌락 한 움막집에, 그 집 빨랫줄 위로 옛날옛적 사랑 많이 받은 왕비의 화려한 무덤, 타즈마할 궁전이 원경으로 보입니다. 궁의 둥근 지붕이 거대한 비눗방울처럼, 분홍 엷은 나비처럼 아련하게 사뿐 얹혀 있고요 빨래가, 원색의 낡고 초라한 옷가지들이 젖어 축 처진 채 널려 있습니다.

족보에도 없는, 이 무슨 경계일까요. 오색 대리석으로 지어졌으나 죽음은 그 어떤 역사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이 가볍고 가벼워서 짐이 없는데요, 삶이란 또 몇 벌의 누더기에도 당장 저토록 고단하고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때,

어린 새댁이 하얗게 웃으며 얼른 움막 속으로 숨어버렸는데요, 개똥밭에 굴러도 역시 이승이 땡깁니다. 오래 내 마음을 끄는 그녀의 남루한 빨래궁전 쪽, 저 검고 깊은 눈이 전적으로 아름답습니다.

문인수 시집 `쉬!` (문학동네, 2006)

몇 해 전, 문인수 시인이 후배 시인 몇과 어울려 인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문인수 시인이 그 인도 여행의 경험을 `인도소풍`이라 명명하면서 쓴 십여 편의 연작시가 그의 시집`쉬!` 4부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빨래궁전-인도소풍`의 내용은 인도 관광의 대표적 유적인 타즈마할 궁전에 관한 소묘가 결코 아닙니다. 한 왕비의 화려한 무덤인 그 궁의 둥근 지붕이 원경으로 얹혀 있는, 바로 그 앞에 원색의 낡은 옷가지들이 젖어 축 처진 채 널려 있는 `빨래궁전`을 시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화려한 타즈마할 궁전과 초라한 빨래의 경계를 보면서 시인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캐묻고 있습니다. 죽음은 가볍고 가벼워서 짐이 없는데 삶의 누더기는 저토록 고단하고 무겁다, 라고. 그러나 그때, 남루한 빨래궁전 쪽으로 하얗게 웃으며 숨어버린 어린 새댁의 검고 깊은 눈을 봐 버렸는데, 시인은 전적으로 아름답다고 합니다. 거기에 우리 삶의 진리가 털커덕 놓여있으니, “개똥밭에 굴러도 역시 이승이 땡깁니다.”라는 시적 표현이 그것.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이승의 삶, 열심히 살아야하겠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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