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글귀로 사랑받아온 베스트셀러 작가 원태연의 2000년도 출간작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은행나무간)가 개정판으로 나왔다.

만남과 이별의 감정을 원숙한 언어로 그려냄으로써 대중적 공감은 물론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라인상에서나 독자들의 입을 통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시인, 소설가, 작사가, 영화감독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멀티 감성인`이자 동화처럼 순수한 감성으로 꿈을 좇으며 사는 `당당한 아웃사이더 원태연. 첫사랑의 흔적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의 시를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도 결국엔 변한다. 아무리 아픈 이별의 상처도 결국엔 딱지가 앉고 흉터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건 바로 사랑할 때의 그 감정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의 행복, 이별을 예감할 때의 슬픔, 이별 후 다시는 어떤 사랑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 등 다양한 사랑의 감정들을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언어로 감상할 수 있다.

“그림처럼 맴돌고 싶었다고. 바람처럼 스치고 싶었다고. 떠나지면 떠나지는 대로 만나지면 만나지는 대로 그런 사랑 했을 걸 그랬었다고….” (`때늦은 편지`중에서)

무심한 듯 나직하게 읊조리는 원태연 특유의 리듬감은 젊기에 더 아플 수밖에 없는 사랑의 상처를 잘 대변해준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그 어떤 말보다도 강한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다. 힘이 들고 눈물이 날 때 곁에서 다독여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처럼 이 책은 사랑에 지친 이들에게 글자 하나로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극복하라`는 말처럼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덧 상처가 아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작가 원태연은 “시란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고, 미세한 심정 하나하나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듯 그려지는 묘사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탁월하다. 세월이 지나도,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랑을 해도 무뎌지지 않는 감정의 칼날을 하나하나 자신만의 시어로 풀어낸다. 이러한 원태연만의 독특한 시세계가 바로 독자들이 `어렵지 않고, 그냥 내 얘기고 네 얘기 같아서` 그의 시에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이다.

“너의 목소리, 눈빛, 나를 만져 주던 손길, 머릿결 부르던 순간부터 각인되어 버린 이름, 아름다운 얼굴 그렇게 시작되었던 어쩌면 재앙과도 같았던 사랑 우리는 서로의 사랑에 그렇게 중독되어 갔다….”(`눈물에… 얼굴을 묻는다`중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손꼽히는 이 책에는 표제작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를 비롯해 70여 편의 시가 함께 수록돼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잃어버렸던 감동과 눈물, 그리고 따스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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