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10일 오후 포항의 한 대형 할인마트.

지난 평일 장을 보지 못한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마트 내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계산대와 함께 고객들이 많이 찾는 공간인 여성용 화장실로 들어서자 4칸의 문은 모두 손님들로 찼고 칸마다 1~2명의 고객들이 다음 이용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좁은 공간 탓에 화장실 이용 후 손을 씻기 위해 세면대로 이동하는 고객, 화장실을 빠져나가는 고객, 화장실로 들어오는 고객, 대기하는 고객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고 몇몇은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다.

이에 앞서 전날인 9일 오후 포항의 한 영화관 여성 화장실.

갓 상영이 끝난 영화를 관람한 관람객 대여섯 명이 한 번에 들어서면서 3칸 규모의 화장실 안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찼다.

화장실과 세면대 간격이 유독 좁은 이곳에 단순히 손을 씻고 화장을 고치려는 고객까지 합세하면서 공간이 없을 정도.

화장실 사용이 길어지자 한 관람객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 혼자 화장실 전세 냈느냐”며 “옆 칸에서 몇 명씩 나오도록 꼼짝도 하질 않는다”며 대놓고 타박(?)하기도 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쇼핑시설을 비롯해 터미널, 영화 등 각종 다중집합시설은 하루에도 수 백여 명의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며 함께 이용하는 공간.

이 가운데에서도 화장실은 하루 종일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이다.

포항을 비롯한 중·소 도시는 대도시처럼 종종 줄을 길게 늘어설 만큼 화장실 이용 고객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주말과 공휴일을 비롯한 평일 특정 시간에 걸쳐 이 같은 `화장실 이용객 쏠림 현상`이 빈번해 한 줄 서기 문화가 절실한 공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바닥에 침을 뱉지 맙시다`, `휴지는 휴지 통에`, `손 씻기를 생활화 합시다`처럼 업체 차원의 캠페인성 홍보는 고객들이 한 줄 서기를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항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장실을 비롯한 공중시설에서의 한 줄 서기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줄 서기 방법이지만 백화점 등 서비스업은 이러한 문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캠페인에 앞서 무엇보다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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