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되지 않은 눈으로 대구·경북은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하늘길 뱃길 등이 마비됐지만 각 지자체의 눈 재난에 대한 대응은 초보단계에 머물렀다.

재난대비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의 초보대응은 결국 대구·경북지역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물론 강원도나 수도권 충청권 등에 비해 눈이 비교적 오지 않는 지역이어서 눈 재난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미흡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한마디로 초보수준이라면 행정 당국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부여 할 수 없다.

눈이 내린 대구·경북지역 대부분의 지자체가 제설대책이 초보수준이었지만 영천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영천시는 이날 내린 1cm의 눈에 도심 전체가 마비되면서 재난대비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내린 첫눈에 시 전역의 도로가 얼어붙어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하는 등 큰 혼란을 빚었으나 영천시의 대책은 건설과에서 운용하고 있는 4t 덤프트럭 1대로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시가지 전 구간 도로가 얼어붙어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차량 추돌사고가 속출했지만, 시 상황실은 관내의 피해 사례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5.2㎝의 적설량을 기록한 구미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구미시청 앞 대로에서 차들이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였으며, 일부 운전자는 운전을 아예 포기하고 차를 길가에 세워둔 채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접촉사고도 잦아서 뒷길이나 시 외곽 도로를 중심으로 견인차에 끌려가는 차량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번에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아 화를 피한 다른 지자체도 남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수년 전 포항시도 새벽에 내린 눈으로 공무원이 출근을 하지 못하는 사태를 빚으면서 포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재난을 준비하고 정리해야 할 공무원이 출근조차 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았으니 더 이상의 대책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포항시는 현재 어느 정도 눈에 대한 재난대비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이번에 내린 눈으로 인해 피해를 본 대구 경북지역 지자체들도 다시 한번 눈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꼼꼼히 점검해 다시는 이러한 사태를 빚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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