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 잘하면 `時테크` 시너지효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정착”

① ATM기 한 줄로 섭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원조는 한손으로 주지 말고 두손으로 줘야 한다. 주고도 욕먹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따뜻한 원조`를 통한 대외 국가이미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가 이미지를 결정짓는 `기초질서 중요성`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도권 등 일부 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구호에 그치는 것이 우리나라 기초질서의 현실이다.

이에 경북매일신문은 올해 선진국 문화시민의 기본소양인 기초질서 지키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경인년 첫 기획물로 관공서, 금융, 서비스 등 생활 속 기초질서 현장을 찾아가는 `선진 일류 시·도민이 됩시다`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새해를 맞아 3일 간의 황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달 31일 오후 2시, 포항 도심의 한 은행.

연말 각종 공과금과 연휴 기간 현금 출금 시 부과해야 할 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한 현금서비스를 위해 몰린 고객들로 은행 한 켠에 설치된 ATM 서비스 코너는 북새통을 이뤘다.

평소에는 많아 보이던 대여섯대의 ATM기도 이 날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각각의 ATM기마다 너덧 명이 줄을 서 있기 일쑤인데다 몰리는 고객들로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한 사람이 두 세 건이 넘는 인출에 통장정리까지 하다보니 1인 당 대기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길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객들 사이에는 좀 더 짧은 줄로 새치기하려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곳곳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와 한 번에 여러 건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일부 고객은 눈칫밥(?)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런 눈칫밥이 싫었던지 몇몇 고객은 서비스를 받고 나서 슬며시 또 다른 줄로 이동한다.

은행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중 하나.

이 가운데서도 시간적인 제약 없이 기계 하나만으로 원하는 만큼의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는 많은 사람이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이러한 특성으로 주로 은행업무 외 시간을 중심으로 활용돼 오다 최근에는 각종 공과금도 ATM기로 낼 수 도록 기능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의 활용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매주 주말과 공휴일 등을 전후로 고객들이 집중되면서 길게 늘어선 대기열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간혹 현장에서는 일부 대기자의 새치기로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어 한때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한 줄 서기 운동`이 꼭 필요한 현장 중 하나다.

한 줄 서기는 각각의 ATM기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뒤에서 한 줄로 서 있다 빈 창구가 생기는 대로 먼저 줄을 선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것.

이러한 한 줄 서기 문화는 공항(발권 업무)에서는 정착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와 영화관 등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시민 이진아(30·포항시 남구)씨는 “예전에 수도권의 한 대형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다가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의아했다”면서 “나중에야 공간이 빌 때마다 맨 앞 줄에 선 사람이 들어간 것을 알았고 당시 적잖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ATM기 이용에서도 한 줄 서기를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1인당 대기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어 고객 불편이 해소될 수 있다.

대구은행 창포지점 김종완 지점장은 “규모가 큰 지점은 ATM 고객 수도 많아 한 줄 서기 문화가 대기에 따른 고객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시민의식이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기초질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식에서 시작돼야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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