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국회의원·국토해양위원장
기차를 탈 때마다 나는 아리랑 가락을 듣는다. 국토의 어디를 가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기계음은 다양한 변주의 아리랑이다. 기차는 산하를 닮는다. 기차는 민족문화의 얼굴이고 어머니의 마음이다. 우리 철도는 식민지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별과 만남, 삶과 죽음이 서린 아리랑이었다. 그렇게 110년이 지났다. 고속철의 시대가 되었다. 세계가 철도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어떤 아리랑을 불러야 할까?

첫째는 도시와 도시, 고을과 고을이 어깨 걸고 부르는 아리랑이다. 이를 위해선 도시와 도시를 철도로 연결해야 한다. 철도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교통복지제도이나 그 동안 교통정책에서 철도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다. 특히, 우리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은 그동안 교통의 오지로 방치됐다. 세계적인 철강도시 포항과는 걸맞지 않는 대우다. 철도 투자에 소극적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우리 포항지역의 철도분야 예산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2008년 3월에는 동해중부선, 2009년 4월에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의 역사적인 기공식을 가졌다. 또한, 작년에 경부고속철도 포항 직접운행을 위한 직결선 건설 사업을 가시화 시켰다. 지난해 8월 국제항인 영일만항이 개항하면서 포항은 동해안 시대 물류 중심, 물류의 허브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착역과 항만을 연결해줄 인입철도가 없었다. 또 다시 포항역에서 영일만항까지 연결하는 `포항신항만 철도인입선 구축사업`을 위해 내달렸다. 드디어 지난 12월 29일 해를 넘기지 않고 포항신항만 철도인입선 구축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종합평가점수 0.502로 사업타당성을 인정받았다. 비로소 우리 포항과 동해안 지역의 철도망 구축이 마무리 된 것이다. 이제 3~4년 후에는 KTX 열차가 포항까지 운행할 것이며 우리의 삶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 포항에서 한반도를 지나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철도를 타고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둘째는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아리랑이다. 전쟁 직후 끊어진 경의선과 동해선을 통해 중국과 시베리아, 유럽으로 남과 북이 함께 진출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6일 대한민국의 철도정책을 아우르는 국토해양위원장으로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에게 남북철도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남과 북의 화해협력과 상생공영을 위하여 남과 북의 철길을 잇고, 이를 다시 대륙횡단 철도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다. 끊어진 남북철도를 종단으로 동행 답사하며, 철도 복원의 역사적 협력을 논의하자는 내용의 대북서한은 지난 12월 23일에 비로소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전달되었다.

셋째는 세계 속에 울려 퍼지는 아리랑이다. 세계는 지금 친환경성과 낮은 비용, 대규모 수송에 주목하며 철도망 확대와 철도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철도기술은 이미 세계 정상권 수준에 근접하였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건설하였고 대도시의 지하철, 중소도시의 경전철, 자기부상철도 건설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제 대한민국 철도는 해외로 활발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철도와 유전개발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고 몽골에서는 철도와 광물 자원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를 타진하고 있다. 특히 몽골은 광활한 국토를 철도로 연결하는 수십조 원 규모의 국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철도는 그 민족의 문화를 닮지 않을 수 없고, 철도가 달리는 모든 곳에 그 민족의 문화를 스며들게 한다. 철도는 단지 공간과 공간을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동 그 자체에 민족의 문화가 실려 있는 것이다. 우리의 철도 기술이 결코 세계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철도 아리랑을 힘차게 불러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고을과 고을, 도시와 도시, 그리고 대륙과 세계 속에서 뱃노래보다 더 힘찬 대화합, 대소통의 철도 아리랑이 울려 퍼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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