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이틀 앞둔 3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투트랙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들의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역 의원들은 31일 일몰전까지 2010년 예산안 처리를 마치고 항공편이나 열차편, 또는 승용차로 지역구로 향해야 하지만 사상 초유의 준예산편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계획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

특히 27명 중 대다수가 한나라당인 대구와 경북지역 의원들은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을 수도 없다.

여당 지도부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상황을 암시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지침을 내렸기 때문. 따라서 대부분의 의원들은 “지역행사를 가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예산안 처리를 미룰 수도 없다”며 “하루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우선 시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과 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은 오는 1월 3일까지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물론 예산안 처리에 대한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1월 4일에는 시도당 신년교례회를 계획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여야 간의 예산안 협상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여당지도부를 맡고 있는 김성조(경북 구미갑) 정책위의장은 물론이고, 주호영(대구 수성을) 특임부 장관과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역시, 새해를 서울에서 보내야 한다.

당지도부는 물론이거니와 각부처 장관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1월 1일 오전 8시에 국립현충원 참배가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산문제로 인해 서울을 뜰 수가 없는 상황.

이병석(경북 포항북) 국토해양위원장도 예년과는 달리 지역인 포항에 갈 수가 없다. 우선 1월 1일에는 당지도부 신년회가 계획되어 있고 3일에는 청와대에서 신년회가 있다. 특히 상임위원장이라는 직책때문에 예산안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한시라도 국회를 비울 수가 없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이야기다.

이는 일선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아예 새해 인사를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지역구에 내려보냈다. 4일부터 4개군 신년교례회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국회 사정상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

정희수(경북 영천) 의원도 1월 1일부터 3일까지 지역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1월 1일에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함께 현충원 참배를 하고 단배식 등의 행사에 참여한다는 계획. 다만, 4일부터는 신년교례회는 물론 노인정 등의 시설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위 간사인 민주당 이시종 의원은 30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야가 `일반예산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양당의 시각차가 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은 민주당 끌어내기, 생색내기와 구색 맞추기를 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협상할 의미가 없다”고 보고했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도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더 이상 협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한나라당의 수정 동의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2시 종결된 일반 예산안 협상에서 2조원 가량을 감액 규모로 제시했고, 민주당은 5조5천90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