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은 그야말로 `정치의 해`가 될 전망이다.

미디어법과 세종시, 4대강 사업 등을 놓고 여야간 극한 대치로 기축년 한해를 마무리한 정치권은 숨돌릴 틈도 없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 집권 3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어떤 내용의 `정치구상`을 밝히느냐에 따라 정국의 파고는 거세질 것이며, 개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공론화도 신년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신년 정국의 최대 화두는 오는 6월2일 치러지는 제5회 지방선거로 모아지고 있다. 2008년 총선 이후 2년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의 선거인 데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풍향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국 주도권의 향방은 물론, 크게는 정치권 지형변화라는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연초에 내놓을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강행은 지방선거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권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등과 맞물려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내포할 수밖에 없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 이어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명실상부한 행정·의회·지방권력을 쥐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현재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서는 올해 2차례 재보선에서 패배한 경험을 들며 야당의 `정권 견제론`에 밀려 상당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패배 최소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도 그야말로 당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란 위기의식 속에 `벼랑끝 승부`를 펼쳐야 하는 등 여야간 치열한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수권정당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한편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또다시 패배할 경우 “이대로는 안된다”는 패배의식과 책임공방 속에 당이 극심한 내부분열의 회오리 속으로 빠지는 한편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지역기반을 송두리째 잠식당할 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도 당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연대 가능성을 적극 타진할 것으로 보여 지방선거를 앞둔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각 당에서 승리를 위해 `새 피 수혈`을 통한 물갈이를 추진하는 한편,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일부 인사들도 뛰어들 것으로 보여 흥행성 높은 `빅매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후보군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각 당에서는 벌써부터 `도백(道伯)`을 향한 경쟁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지역구도가 고착화된 정치현실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역학관계를 감안하면, 영·호남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충청권은 혼전 속에 자유선진당의 선전 여부가 관심거리다. 결국 지방선거의 `승패`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곳에서의 선거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6·2 지방선거`의 또 다른 포인트는 여야 대권주자들이 지방선거를 무대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다는 점이다. 여권에선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몽준 대표 외에 다른 어떤 예비주자들이 지원에 나설 것인지가 관심사이고, 야권에서는 정세균 대표를 주축으로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조기 복귀를 통한 지원체제 구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망(大望)을 꿈꾸고 있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재선 여부와 함께 재선 도전과 당권을 놓고 고심중인 김문수 현 경기지사의 `선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급부상한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친노 인사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각 당 내부적으로는 내년 `당권 경쟁`으로 소용돌이 칠 전망이다. 6·2 지방선거의 결과가 각 당의 지도체제 대개편을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 9월 대표직을 승계한 정몽준 대표의 임기가 내년 7월이면 끝나고, 민주당도 정세균 대표의 임기가 6개월밖에 남겨놓지 않고 있다. 여야 모두 차기 당대표의 임기가 총선과 대선이 차례로 실시되는 2012년으로,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대권 도전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경인년 `호랑이 해`는 지방선거와 당권경쟁을 거치면서 각 당이 체제 개편에 나서는 계기를 제공하고 2012년 총선·대권으로 이어주는 `교량의 해` 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연합뉴스

경인년 정치 캘린더

1월1=여야 신년 단배식

2월25=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

3~4월=지방선거 후보자 공모 및 추천

5월 중=국회, 하반기 의장 및 부의장 선출

(한나라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선출,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6월2=2010년 전국동시 지방선거

※후보등록(5월18∼19일), 선거운동(5월20일부터 13일간)

7월 중=한나라당, 정기 전당대회

※7월3일 임기만료에 따라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조기 전대 또는 8월로 연기도 가능)

7월 중=민주당, 정기 전당대회

(한나라당, 전국장애인대회, 중앙위원회, 전국청년대회, 전국여성대회, 전국네티즌대회 개최)

7월28=전반기 재보선

(전국동시 지방선거 개최에 따라 7월로 연기)

9월1=정기국회 개회

10월 중=국정감사 및 대정부질문

11월21=한나라당, 창당 13주년 기념

12월19=한나라당, 대선승리 3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