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락 / 포항장성요양병원장

예수가 이 세상에 계실 때, 세계 인구는 약 300만 명이라고 한다. 1900년에는 15억 명이었으나 이제는 65억명에 가깝고,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앞으로 90억명 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많았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암,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으로 사망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품위 있는 죽음(존엄사)에 대해서는 87.5%가 찬성을 했고, 사전 의료 지시서에 대해서도 92.8%가 필요하다고 응답을 했는데, 이는 죽음과 관련하여 고통과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품위 있는 죽음이란,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도적인 생명의 단축이 아닌,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기계적 호흡 등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연명 치료 중지)함으로써 자연스런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의 무의미, 통증, 우울 등은 존엄사 논란의 핵심이다. 의료인들은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거나 생명을 연장하도록 교육을 받아왔기에 회복이 불가능하고 죽음이 예상되어도, 의당 인공호흡기와 같은 최신의 의료기술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 자연적인 것으로 여겼던 임종이 치료 대상화되고 있다. 그래서 의사는 의학적 접근으로 질병 치료과정과 검사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종 전 1년 동안 지출되는 총 의료비의 40~50%가 임종 전 2개월 안에 소비되고, 임종 전 1개월간에는 30~40%가 소비된다. 이는 불필요한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사용, 심폐소생술 등을 하기 때문인데 완치나 질병 제거가 불가능하므로, 무의미하다. 또한 이로써 일반 환자는 조기 퇴원을 권유받고, 응급실을 통하여야만 입원이 겨우 가능하거나, 또는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하게 된다.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품위 있는 인간적인 죽음을 `죽음의 자연성(naturalness)`으로 수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료화함으로써, 요즈음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존엄사를 위해서 첫째는, 임종환자 진료의 가이드라인(우리 고유의 지침)을 제정해야 한다. 임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치료 결과의 불확실성과 예측의 오류 가능성으로 인해) 치료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이는 치료 결과의 회복 가능성이 예측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의학적 판단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명치료 중단 및 선택 절차는 자율성 존중의 원칙에 근거하여 통일된 사전 의료지시서, 심폐소생술 금지 요청서, 의사(意思) 결정 대리인의 결정 절차,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활용, 연명 치료 중단의 구체적인 절차 등에 따라, 질병 상태와 치료법 선택에 관하여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 간에 의사 결정 방법 및 절차에 관한 사항 등이 있어야 한다.

이는 환자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는 인간적인 죽음을 위해 통증 등 증상관리, 포괄적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배려와 인간적 나눔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의료계 이외의 일반 사회의 상식과 학계의 의견 조절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도출하도록 한다. 이때는 의료 윤리와 의료기술 수준 정도, 종교적 법적 영향, 경제 수준, 사회적 관습, 문화적 배경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진단과 완치를 위한 노력보다는 환자에게 배려와 편의제공에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도록 한다.

대국민 여론 조사에서 품위 있는 죽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