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오락 프로그램에서 나온 장면이다.

“120살까지 사시옵소서”라고 아랫사람이 아부를 하자, 윗사람이 버럭 호통을 치며 “건강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지, 몸이 아프면 고생만 한다”라며 꾸짖는 모습이 방영됐다.

오래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건강하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사는 것이다. 몸이 아파도 돈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여가 생활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면 오래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준비된 노후는 축복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재앙이다`라는 말처럼 늘어나는 평균수명으로 인해 오늘날 장기 생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은 옛말이 됐지만 우리 사회에는 지역 갈등이란 것이 있었다. 지역 간의 이해와 입장이 달라 발생한 이것처럼,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세대갈등이 심심찮게 벌어지곤 한다. 바로 세대 간의 이해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요구하는 노년세대와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재원인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고자 요구하는 청년세대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의 고령화 진행속도를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으로 이러한 세대 간의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후에 필요한 돈 전부를 현재의 저축으로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소득으로 현재의 살림살이를 하면서, 노후의 살림살이까지 함께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책없이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되겠지”하며 있어서는 안된다. 축복된 노후는 아닐지라도,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재앙처럼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는 순간, 그 돈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노인이 된 미래의 내가 필요한 생활비를 인출하는 통장으로 송금이 된다고 상상해 보자. 현재의 살림살이에 밀려 노후준비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지금 당장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화 CFP

(국제공인재무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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