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서예가
15세기 루마니아의 전쟁영웅인 루블러드 테페스 백작은 브람 스토커의 공포소설 `드라큘라`를 통해 불멸의 존재로 거듭났다. 스토커는 현대사회에서 살아 있는 죽은 자를 칭하는 소위 `뱀파이어`라는 이미지를 문학적으로 완성했던 것이다. 여자 뱀파이어 원조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소녀들의 피로 목욕을 했다는 16세기 헝가리의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을 기원으로 한다.

뱀파이어는 발칸 반도 민중의 삶 속에서 전해져 왔으며 인간의 상상력이 빚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가운데 하나다. 이 뱀파이어의 의미는 `흡혈귀`, 또는 `사람의 고혈을 빠는 착취자`란 뜻으로 통한다. 밤이 되면 관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유혹하고 그들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꽂아 피를 빨아들이는 흡혈귀는 결국 다른 인간의 생명을 취하면서 자신의 생을 연장해나가는 모순적인 피조물의 총칭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가 650편 이상이나 제작됐을 정도로 현대인들에게 흥미를 끌고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뱀파이어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는 국민의 고혈을 착취하는 집단들이 바로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가 미성숙된 사회에서는 지도자의 권위와 공동체의 질서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군중선동에 취약한 개인주의와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한 현 한국사회는 정치인들의 올바른 민주주의 정치행태가 정착되지 못하고 민주주의 공적(公敵)인 군중선동가(거짓예언자)들이 정치인으로서 가면을 쓰고 국회에서 활개를 침으로서 그들의 선동에 의해 사회적 무질서가 확산되었으며 국회는 정치가 아니라 무책임한 폭력적인 장소로 변해버렸다.

입으로는 모두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감언이설로 포장하여 대중들을 선동함으로써 옳고 그름에 대한 국민의 판단력을 흐려지게 한다. 정치를 파괴적 변종인 선동정치로 발전시켜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반국민적, 반국가적인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결국 국민을 위한다는`민주` 라는 단어를 악용하고 선동을 앞세워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국민들의 혈세를 빨아 자신이나 그들 집단에 수혈하여 이익을 챙기는 수법이 뱀파이어와 같은 양상이라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허용하고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기조에는 사회에서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하는 책임이 동반되어 있다. 여기에 자신과 남을 해(害)해서는 안 된다는 박애주의(博愛主義) 사상도 함께 깔려있다.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자, 수임자로서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과 봉사를 지는 것을 본질로 공(公)적인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이 깨끗한 공직사회 건설과 공무원의 노동조건개선이나 지위향상 등을 슬로건으로 정치 집단화한다든지 교직원들이 교육의 주체로서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참교육 운동을 앞세운 목적을 떠나 조직화된 집단의 정치적 성향을 띤 반국가적 행동이나 학생들에 대한 의식화 교육 또한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뱀파이어 같은 행동들이다. 공직사회의 총체적인 부정부패도 국민들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들 아닌가.

서원대 교육학과 손경애 교수팀이 전국 61개 초등부터 대학생까지 4천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서 민주적 성숙도가 가장 낮은 사회 구성원으로 `정치인집단`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그들이 말하는 민주라는 맹세를 믿고 묵묵히 그 험하고 먼 길을 함께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 맹세가 하나둘씩 무너져갈 때 그들은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 것이다.

2009년 한 해도 이제 며칠밖에 안 남았다. 지나가는 한해가 안타깝고 아쉽지만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과 비전이 있기에 즐겁기만 하다. 이웃을 한 번쯤 둘러보면서 서로 갈등과 반목했던 사람들도 화합과 용서로 바뀌는 것이 바로 새해다. 그래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에 깊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0년 새해부터 이 땅에 국민들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혹시나 하고 부질없이 손 모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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