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교육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등장했던 용어를 꼽으라면 아마도 `입학사정관제`일 것이다.

학생 선발 전문직인 `입학사정관`이 성적보다는 잠재력, 미래 가능성 등을 보고 학생을 뽑는다는 입학사정관제는 그 취지로만 본다면 매우 이상적이다.

성적이 유일무이한 잣대였던 그동안의 우리 교육 현실에 비춰 매우 파격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이 입학사정관제가 내년에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에 힘입어 상당수 대학이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을 올해보다 대폭 늘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4년제 대학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취합한 대학별 2011학년도 전형계획을 보면 내년에 총 118개 대학이 3만7천628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모집인원의 9.9%로, 내년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10명 중 1명은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된다는 얘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용어조차 생소했던 입학사정관제가 그새 대입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입학사정관제가 내년에는 대학뿐 아니라 고교 입시로까지 대폭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달 초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외국어고 개편안은 내년부터 외고 입시에서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지난 7월 발표된 과학고 입시안 역시 2011학년도 과학고 총 모집인원의 31%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대학, 고교를 막론하고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보다 입학사정관제가 우리 교육의 `난제`인 사교육비 문제를 풀어줄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성적이 아닌 다른 요소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그만큼 성적을 올리기 위한 사교육이 줄어들고 학교 교육도 잠재력, 인성, 창의성을 계발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겠느냐는 것.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입학사정관제 하나만 잘 정착시켜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성공한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서울의 한 초등교장은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입학사정관제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보다는 우려와 회의가 아직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 입학처장 86명을 대상으로 9월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 완화에 효과가 있느냐`라는 물음에 55.8%가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부담 경감에 효과가 없다`는 응답도 58.1%나 됐다.

입시업체들도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을 줄일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입시업체 관계자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입시경쟁, 대학 서열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입학사정관제 취지는 좋지만,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관계자는 “잠재력을 본다고는 하지만 공부 잘하고 똑똑한 학생을 뽑고 싶어하는 게 대학의 생리다. 입학사정관제를 해도 결국 성적이 배제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성적이란 객관적 잣대 외에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만큼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이 입맛에 맞는 학생을 가려뽑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입학사정관제의 공공성 확보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교협과 함께 지난 10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입학사정관제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입 선진화·입학사정관제 내실화를 위한 정책 연구에도 착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