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새책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사물에 관한 예리한 통찰력과 경험 바탕으로 설명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78) 추기경이 새 책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가톨릭출판사 펴냄)를 펴냈다.

1969년 낸 첫 수필집인 `목동의 노래` 이후 40년 만에 낸 수필집으로, 생존했다면 올해 100세가 된 어머니(1996년 작고)를 기리면서 정 추기경 개인의 이야기도 곳곳에 녹여 넣었다.

만고불변의 진리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정리해 들려주고 있다.

정 추기경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사물, 현 시대상에 대한 정 추기경의 예리한 통찰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리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 차근차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준다. 책에서 정 추기경은 자신은 그저 `추기경`의 역할을 하는 배우일 뿐이라며 신자들에게 자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고, 어릴 때 무심코 상소리를 했다가 크게 야단을 맞고 평생 욕을 입에 담지 않게 된 이야기, 슬기롭게 나눔을 실천했던 어머니 이야기 등도 소개했다. 정 추기경은 “가톨릭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연과 인간을 보면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자연과학과 가톨릭 신앙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제1장 `달력과 우주의 질서`에서는 자연 현상과 인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하느님 현존에 대한 문제를 명확하게 풀어준다. 결국 모든 만물은 하느님의 안배와 섭리로 본래의 목적대로 완성을 향해 계속 진행 중에 있음을 역설한다.

제2장 `환하게 빛나는 사람`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자연 파괴와 자원의 독점을 통한 문제점을 짚으면서, 인간은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재능과 사명을 깨닫고 행동해야 함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도움,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감으로써 단 한 번뿐인 인생의 무대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연출자(하느님)가 의도한 대로 충실히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3장 `인터넷과 의사 표현`에서는 익명성을 무기로 상대를 비방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는 등 인터넷을 통한 사회적 폐해에 대해 다루면서 말은 힘과 영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심어 주신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해야 함을 일깨운다.

제4장 `길과 자유`에서는 제작자가 의도한 대로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물건은 쓸모가 없듯이, 사람도 하느님이 정해 주신 인간된 도리를 벗어나면 사람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단,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동반하기에 인간의 자유는 진리와 선 안에서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5장 `덕망 높은 삶`에서는 도덕적 원리인 생명, 진리, 정의, 자유,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야말로 덕망 있고 가치 있는 삶이며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임을 말하면서, 인간이 갈망하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제6장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각 단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낼 때 아름다운 연주가 되듯이 우리 역시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협조, 조율과 타협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를 이룰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제7장 `에너지와 사람의 힘`에서는 모든 생물은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생태계는 이 힘의 원리가 지배한다고 볼 수 있는데, 사람에게는 인격을 갖춘 자, 무엇보다 사랑을 지닌 자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한다.

제8장 `행복한 가정`에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 올바른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과 남녀가 부부가 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다. 저출산과 낙태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부모와 자녀의 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이혼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제9장 `생명의 터전인 가정`에서는 부모의 역할과 자녀 교육 방법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제10장 `찬란한 황혼을 바라보며`에서는 노년의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한다. 늘 감사하며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하며, 결국 영원한 구원자이신 하느님 앞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 내맡길 수밖에 없음을 일깨워 준다.

/윤희정기자

출판 : 가톨릭출판사 刊, 220페이지,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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