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서양화가
007 첩보영화를 능가하는 기술전쟁으로 박 터지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사회다 보니 애써 개발해 놓은 산업기술을 몰래 빼내 저개발 국가로 팔아치우다가 발각되어 철창행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회사를 이끄는 CEO의 입장에서 본다면 햇병아리를 갖은 정성 다해 키웠더니 배신 때리는 꼴이다. 호랑이 새끼를 키워 놓으니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주인마저 물어 죽이는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한창 뜨고 있는 치킨체인점이 있다. 간사한 것이 사람의 입맛이라고, 기존의 숱한 치킨브랜드 속에서 뜬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 시장을 뚫고 최근에 혜성 같이 나타난 업체다. 이 체인점을 창업한 분은 우리나라 치킨시장을 석권한 G업체 연구실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던 사람으로 거기서 뛰쳐나와 자기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다니던 회사에서 익힌 노하우 위에 신세대들의 입맛을 고려한 기술을 더 얹었으니 성공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분이야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위해 할 만큼 했으니 도덕적으로도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라고 한다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배신감을 느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을 유출해서 배신을 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이나 기여도에 비해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이 오늘날 CEO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한 많은 기업들이 강조했던 슬로건이다. 고객이 많아야 매출이 오르고 그것이 곧 회사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경영의 기본 ABC며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경영의 성패를 가늠하는 확실한 원리는 아니라고 한다.

회사생활 10년 만에 승진이 확실한데도 사표를 던지고 다섯 명의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하여 12년 만에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체로 성장시킨 어느 CEO가 강조했든 말이다. “회사가 모든 고객을 챙기기는 어렵다. 그것은 결국 직원들 몫이다. 그래서 회사의 운명은 직원들의 손에 달린다. 경영주가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회사의 운명이 결정된다.” 기업체도 하나의 가정과 같아서 집안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서 장래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세계의 유명회사로 키운 대부분의 CEO들은 이 원칙을 고수하여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수기하면 곧장 웅진 코웨이를 떠올린다. 그 웅진그룹을 창업한 윤석금 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바로 이점이었다고 한다.

그가 회사생활을 청산하고 출판사를 경영할 때 열 명도 채 안 되는 직원들을 거느리며 가장 신경을 썼던 점은 아침에 출근하여 들어오는 직원들의 안색을 살피는 일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중에서 불만 덩어리 한 분이 있었는데 이분의 표정을 살피는 첫째 일과였다는 것. 얼굴이 어두워 보이면 곧장 데리고 나가 국밥을 사주고 거기다가 소주 한잔 걸치면서 심기를 풀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 이내 표정이 돌변해서 신나게 일을 하더라는 것.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챙기니 자연히 공장이 잘 돌아가게 되었고 결국 회사가 잘 되더라고 했다. 직원들을 내 식구처럼 여기며 그렇게 챙긴 것이 오늘의 웅진을 만든 기반이었다고 한다.

고사에 `삼고초려`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유비가 인재를 구하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아가서 그를 군사로 모셨다는 얘기다. 인물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한 국가나 기업체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가 부리고 있는 집안사람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뜻이다. 집안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내일처럼 한다면 안 될 리가 없다.

학교서도 흔히 학생들을 향해 “이 학교의 주인은 여러분들입니다.” 한다. 학생들의 성공이 학교의 명예를 빛내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학생들을 키우는 것은 교사들이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돌보려는 마음이 없다면 명예를 세우는 학생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가정이나 학교, 회사 그 어디를 막론하고 성공으로 이어주는 것은 집안사람들이다. 그들을 격려하고 부추기는 것이 성공한 CEO들의 경영노하우였음을 참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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