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덕포항시의원·칼럼니스트
아직은 동틈이 이른 솔숲을 걷는다.

솔가지 사이사이 안개가 걸린 고즈넉한 새벽

잠결에 놀란 비둘기 젖은 깃을 털고 날아간다.

늦게 핀 쑥부쟁이 꽃말처럼 내일을 기다리고

꺼지지 않은 가로등 아래 가을 흔적이 남아 있다.

거친 바닷바람에 쓰러질 듯 기울어 서 있는 해송들

그렇게 백년을 견뎠으니 흑갈색 껍질마저 지쳐 검었다.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에도 네 모습은 살갑기만 하고

모래땅에서 모진 해풍 벗 삼았으니 굳은 절개 표상이다.

백년을 견뎌 살았거늘 이제 희망으로 천년을 살지어라.

촘촘히 늘어 선 해송 사이를 걷노라면 시인이 아니라도 한 줄의 시가 절로 나온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은 새벽대로, 하늘 덮은 푸르름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솔향기 가득한 오솔길을 무상무념으로 산책 하다보면 산사에 온 듯 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산이 아닌 도심의 가까운 평지에 이런 솔숲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일지도 모른다.

창문을 열면 거실 가득 솔 향이 묻어나며 대문 앞은 울창한 소나무가 정원을 이루고 밖을 나서면 하늘 가득 솟아 오른 자연에 녹아 난다.

100년을 살아 역사가 된 해송들은 바다의 반대편으로 넘어 질 듯 비스듬히 서 있다.

모진 해풍과 모래바람을 견디느라 해송들은 갖은 모습으로 변형되었지만 자연에 순응이라도 하듯이 꿋꿋하게 자라 왔다. 바르게 자랄 수 없는 환경에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또 다른 자연을 창조하는 삶의 법칙에 적응된 것이다.

송도 솔숲의 해송은 일제 강점기였던 1911년 5월 일본인 大內次郞이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포항에서 땅을 가장 많이 가진 대지주로서 농업의 일인자인 大內는 국유지였던 송도백사장 53여 정보를 대여 받아 어린 소나무를 심었고 울창하게 자란 해송은 보안림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해방이후에도 증식에 노력하여 방풍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6~70대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시민과 사회단체에서 송도 송림 가꾸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 지금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불법과 고사 등으로 많은 해송들이 훼손되기도 했다.

송도 솔숲은 시민들의 쉼터이면서 포스코의 분진이 시내로 날아드는 길목에 자리하여 공해를 걸러주는 허파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체계적인 관리의 부족과 함께 생육환경 또한, 좋지 않아 병들어 가고 있다.

해송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점성이 전혀 없는 사질토로써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솔잎은 윤기가 없고, 바다와 인접한 곳으로 짠물이 나와 뿌리 끝은 검게 썩어 가고 있다.

때문에 뿌리가 깊이 내리지 못하여 태풍과 장마가 이어지면 도복현상이 잦아 그동안 수백그루의 해송이 사라졌고 향후, 지구온난화현상으로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나무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생육상태 및 환경조사를 통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해송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하여 토양개량과 간벌, 전정, 이식, 배수 등은 필수이지만 앞으로 다가 올 여러 가지 변화를 예측하는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기 위해 방풍림으로 가꾼 송도 솔숲이 이제는 역사가 되었고 수많은 시민이 찾아드는 휴식처가 된 만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