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하 / 포항시의원
지난주 포항시는 다소 이색적이고 생소한 계획 하나를 발표하고 있다. 행정구역 명칭변경 추진계획으로 현 `대보면`의 명칭을 `호미곶면`으로 바꾸는 방안으로 주민과 제반 단체의 의견에 대해 주민 전체의 뜻을 확인한 후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 짓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좀 더 자세한 변경 사유를 보면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하고 있는 대보면은 옛날부터 호랑이 꼬리에 비유되어 호미곶이라 불리어 오면서 역사적, 지리적 상징성과 함께 한반도의 정기가 서린 고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뉴밀레니엄시대가 열리는 2000년부터는 호미곶 해맞이 광장을 조성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맞이 축제`를 열고 있으며, 이곳에는 점차 포항의 상징물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연오랑 세오녀 상을 비롯하여 상생의 손, 전국최대의 가마솥, 전국 최대의 화석 박물관이 포함된 새천년 기념관, 한반도 형상의 호랑이 조형물, 이육사의 청포도 시비, 낙조 전망대 등이 자리하여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따라서`대보면` 이라는 명칭은 인지도가 미약하여 호미곶 우체국, 호미곶 등대, 호미곶 해맞이 광장 등에서 보듯 공공기관 동호회, 축제, 사회단체 등에서 이미 `호미곶` 이란 명칭을 널리 사용함에 따라 `호미곶면`으로의 명칭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치시대에 있어 아름다운 경관이나 특색있는 명칭이 도시의 상품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하면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거듭 이같은 결정에 전적인 동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계속 주장해온 남북구의 명칭이나 도로, 주요광장, 공원 등의 명칭이 대상에서 빠지고 아주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한`면명칭` 하나만 검토된 것은 나무 몇 그루만 보고 숲 전체를 이야기하는 같은 논리로 명칭 변경의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았나 생각된다.

얼마 전, 예외의 경우로 POSCO로, 청암광장, 오도로 등이 포항이라는 도시 성격과 맞는 개칭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명칭들이 과거 권위적인 관선시대에 명명되어 주민이 주인이 된 자치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명칭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두 개로 나누어 놓은 남,북구의 명칭으로서 남쪽, 북쪽 방향성도 맞지 않고 현실성도 없는 제일 먼저 고쳐야 할 대표적인 작명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성의도 없고 그렇다고 깊은 내용도 담기지 않은 이같은 작명이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비자치구 중 포항과 규모가 비슷한 도시 중 전국에 눈을 닦고 찾아봐도 그 도시의 특색이 담기지 않은 단순한 방향위주의 작명은 단 한 군데도 볼 수 없다.

전주시의 역사적 자존심이 담긴 완산구·덕진구를 비롯 청주시의 상당구·흥덕구 마산시의 합포구·회원구, 성남시의 수정구·중원구·분당구, 부천시의 원미구·소사구·오정구, 수원시의 장안구·권선구·팔달구·영통구, 용인시의 처인구·기흥구·수지구, 고양시의 덕양구·일산구, 안양시의 만안구·동안구 등이다. 50만 이상 도시의 구 명칭을 보면 그 지역의 특색과 도시성격이 스미고 녹아 내려져 있음을 단번에 알 수가 있다.

북구의 경우 영일만 신항의 개항에 따른 전국의 대표적 해양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이를테면 `흥해구` 같은 작명이 필요하고 남구의 경우 앞서 언급한 한반도의 새벽을 여는 지역을 상징하는 해맞이라는 의미의 `영일구` 같은 작명을 한다면 포항을 잘 모르는 타지역 주민들도 왜 흥해구이고 영일구 인가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대보면의 호미곶면 명칭 변경을 시작으로 포항시 전체를 대상으로 포항시가 명품도시로 도약하고 도시 상품가치를 높이는 명칭이 더 없는지에 대해 더 심도있게 검토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고민하는 포항시의 모습을 지켜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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