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 포항 진출(본지 11월 27일 12면 보도)로 최근 지역 영세 서점가의 한숨이 깊다.

할인·가격파괴를 내세운 인터넷 서점 활성화로 침체를 겪어 온 지역 서점가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초대형서점 등장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영풍문고는 오는 4일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옆 그랜드 애비뉴 1층에 1천520㎡(460평)규모로 포항점을 개장한다.

영풍문고 측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넓고 쾌적한 휴식공간을 갖추고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풍문고의 이 같은 야심찬 진출계획이 알려지면서 소위 동네 서점으로 불리는 영세 서점들은 심각한 매출 하락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관련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영풍문고가 입점할 경우 일반서적과 참고서 등의 대규모 물량공세에 자칫 수많은 서적 도매상들과 소매상들이 한꺼번에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인터넷 서점 활성화로 불황을 맞은 서점들이 최근 잇따라 폐업해 이 같은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1일 (사)한국서점연합회 포항시조합(조합장 김치연)에 따르면 5년 전 104개에 달했던 포항지역 서점은 현재 22.1%(23곳)이 폐업을 해 81곳만 남았다.

그나마 이 업체들 가운데도 대부분이 현재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인데다 경영악화로 영업중단을 고려하는 곳도 적잖다.

포항문고 우재만 관리이사는 “기업화된 대형서점은 시스템 운영면에서 지역 일반서점보다 훨씬 유리한 점이 많다”며 “영세서점은 물론이고 포항지역에 규모가 있는 서점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영풍문고 관계자는 “서점 특성상 지역서점이 갖출 수 있는 책과 대형 서점이 갖출 수 있는 책 종류가 상대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지역서점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될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치연 조합장은 “조합차원에서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뾰족한 방안이 없다”면서도 “지역 서적 도매상들을 위해 문제지 등 초·중·고 학습지는 서울총판이 아닌 포항지역총판을 통해 구매해 줄 것을 최근 영풍문고와 협의했다”고 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하지만 현재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곳은 동네서점이다”며 “영세서점이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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