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화합·소통위해 심부름꾼 역할 다하겠다”

지난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북 울진출신의 주호영(50) 특임장관을 만났다. 편안하고 온화한 인상의 주 장관은 바쁜 가운데서도 기자에게 향긋한 연잎차를 내놨다. 재선의원으로서 지난 9.3개각으로 특임장관에 내정된 뒤 10월13일 취임한 주 장관에게 어릴 때 고향 울진에서 지내던 시절의 추억부터 학창시절, 판사생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행보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판사출신… 겸손하고 온화·언변 뛰어나

욕심없이 일하다 보니 대통령과 인연

어릴적 추억 못잊어 고향자랑 잊지않아

주호영 장관은 재선의원(대구 수성을)으로서 경북 울진이 고향이다. 울진읍 읍남리에서 태어난 주 장관은 울진남부초등학교를 거쳐 울진중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다 당시 울진농고에서 근무하던 부친이 아들의 장래를 위해 대구 경상중학교로 전학시키면서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주 장관은 이후 조계종 종립학교인 능인고교를 거쳐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2년 사법고시 24회에 합격한 뒤 대구지법 부장판사로 퇴직할 때 까지 20여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판사 재직시절에는 주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재단법인 자금을 전용한 혐의로 당시 대구를 대표하는 현역의원을 구속하는 소신판결로 눈길을 끌었으며, 지난 1999년 경북 영덕지원장 시절에는 교통사고로 두개골 골절이란 중상을 입고도 본인이 직접 사고수습에 나서는, 강단있는 일처리 솜씨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고향 울진에서의 추억이 있다면.

▲고향에서의 추억은 주로 소먹이던 일, 과수원에서 농약을 치고, 가을이면 수확한 사과를 지게로 나르던 일, 그리고 바닷가 바위에서 뛰어다니며 물놀이하던 일 들이 가장 많이 생각납니다. 특히 소먹이러 가면 소는 산에 올려놓고, 친구들과 어울려 산과 들을 뛰어 놀던 일이 추억으로 많이 떠 오릅니다.

-고향에 대한 기억 가운데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사실 울진이 고향이란 이유때문에 중학교때 전학을 간뒤에는 상당히 외로웠습니다. 시골친구들과도 모두 헤어져야 했구요. 그래서 시골이 고향이란 것이 핸디캡이라고 생각해 왔는 데, 나이 들면서 고향이 저의 정서와 건강을 키운 바탕이란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고향마을에서 10여리를 걸어다니며 통학을 하던 일이나 두고 두고 고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되새기며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곳이 고향이란 생각입니다. 하나의 축복이기도 하죠.

-학교 다닐 때 별명은 무엇입니까.

▲저의 신체적 특징이 있다면 남달리 귀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별명으로 `당나귀`라고 불렸습니다. 보통 짐승이름을 별명으로 얻으면 기분나쁘게 생각하지만 귀가 큰 당나귀는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기껍게 받아들였습니다.

-불교계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이런 시절 울진 읍내로 이사를 갔는 데, 집 근처에 동림사가 있었습니다. 그 절 마당이 놀이터가 됐는데 거기 계신 정오 스님이 반야심경 한 구절을 외워오면 과자를 주시곤 했습니다. 그렇게 부처님 말씀을 배웠습니다. 고등학교도 무시험 추첨으로 갔는데, 조계종 종립재단학교인 대구 능인고에 배정됐습니다. 법조인이 된 뒤에는 불교신도를 대상으로 법률문제를 자문하면서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스님들은 도반으로서 서로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되기에 스님 한 분을 만나면 동료스님을 모두 알게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스님과 인연을 맺었죠.

자우(慈宇)라는 법명을 갖고있는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한 주 장관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조계종의 추천을 받아정계에 입문한 뒤 대선때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경선 캠프 비서실장,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지냈다. 18대 국회 초기엔 한나라당 공보부대표와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아 당시 홍준표 원내대표를 도와 민주당 등 야권과의 협상을 원만히 진행하면서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 그리고 논리적 언변의 정치인으로 손꼽히면서 9.3개각에서 특임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특임장관은 대통령이 지정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장관이다. 그래서 특임장관이 맡게 될 임무로는 현재 최대 쟁점이 된 세종시문제, 4대강 살리기 사업, 개헌문제,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 용산참사 사태, 남북문제 등이 모두 꼽힌다.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가 한때 껄끄러운 관계였는데, 지금은 어떤지요.

▲`서울시 봉헌`발언파문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진실이 알려진 후 많이 풀렸습니다. 지금은 현안들은 있지만 불편하거나 대립하는 관계는 아닙니다. 현안으로는 사찰들이 위치한 국립공원이나 그린벨트에 대한 과도한 중복규제 해제와 10.27법난 사료관 건립문제 등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히 아낀다는 얘기가 나오고, 그래서 특임장관도 맡겼다고 하는데,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사실 이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습니다. 가까이서 모신 것도 대통령 후보 경선때가 처음입니다. 당시에는 비서실장으로서 편하게 해 드리려 했을 뿐이지만 돌이켜 보면 크게 꾸지람을 들은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짐작으로는 정치권에서는 자기 욕심을 차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명예욕이나 자존심을 세우는 경우는 있지만 자기 것을 챙기는 일은 잘 하지 않습니다. `자기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 면을 좋게 보았을 지 모르겠습니다.

-특임장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됩니까.

▲대통령직 인수위 때 정무장관에서 특임장관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법조문 규정은 똑같습니다.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사무를 처리하고, 대통령이 국무총리에게 명하여 국무총리가 지정하는 사건을 처리한다`고 돼 있어요. 과거의 정무적 역할 외에 주요 국정과제나 사회적 갈등현안을 해결하는 일을 맡게 될 것으로 압니다.

-야당과의 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선배들 말씀으로는 `정무장관은 야당 심부름하는 직책`이라고 해요. 혹자는 정부대신 곤장을 맞는 자리라고도 하고, `대곡(代哭)`이라고 해서 상주대신 곡을 해주는 자리라고도 합니다. 어쨌든 심부름꾼 역할을 충실히 할 생각입니다. 서로 진심을 얘기하면 생각의 격차가 많이 좁혀질 것입니다. 그래서 어디든지 자주 달려가 만날 생각입니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과제로 보이는 데, 어떻게 풀 생각입니까.

▲여야관계 못지않게 당내 화합과 소통이 어느 때보다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고대삼국 가운데 가장 강성한 나라인 고구려가 망한 이유가 바로 내분아닙니까. 아무리 강력한 고구려라 해도 내분이 있으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친박계 의원들의 협조를 받아야 성공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수 있고, 박근혜 전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가져야 정치적 전도가 탄탄해 질 것입니다. 밑에서 돕는 분들도 이런 생각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장관직을 하다보면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 어려울 텐데요.

▲수성못 비점오염 저감사업과 범어천 사업, 그리고 수성로 6차선 확장사업 등이 지역구에서 가장 큰 현안사업입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예산만큼은 열심히 챙기고 있습니다.

- 개헌문제도 특임장관 업무가운데 하나로 아는 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서 하는 것이지 정부가 먼저 주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역대 개헌은 대통령의 주도로 해왔고, 그래서 의도가 깔려있다는 오해도 있는 데, 정권연장의 의도는 없습니다. 지난 1987년 개헌한 헌법이 앞으로 우리나라 지도체제를 어떻게 형성해야 나라가 더 발전하고, 세계화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거버넌스(통치)를 설정해야 하는 것에 대해 국회가 토론해서 결정하면 정부는 지원하고, 경험상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차원입니다.

-개인적으로 권력구조는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개인적으로는 저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합니다. 4년 중임제도 장점이 많지않다는 생각입니다. 재선을 해도 임기가 8년이고, 이 가운데 선거운동 기간 2년을 빼면 6년인데, 5년단임제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더구나 재선에 실패하면 임기가 2년밖에 안돼 5년단임제보다 못합니다.

직업공무원제가 확립되고, 포퓰리즘 정책이 먹히지 않을 때라야 가능할 것입니다. 통상 정책을 쓸 경우 찬성은 누적되지 않지만 반대는 누적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80% 찬성하는 정책도 2번 쓰면 반대가 40%가 나오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 백년대계가 되는 정책을 쓸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의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중하게 집중돼 있어 분권형 대통령제가 좋다고하는 하지만 이 역시도 총리와 대통령이 대립하면 혼란과 불화가 우려됩니다. 어느 제도를 하든 국민이 감시해야 하며, 제도자체만으로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못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장관으로서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는 게 있습니까.

▲국익차원에서 국책사업에 대한 공모방식은 지역간 갈등만 부추기는 만큼 폐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견해를 내놓을 생각입니다. 지난 번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경우 16개 시도가운데 14개 시도가 서로 가져가겠다고 경쟁하다가 선정되지 못한 12개 시도는 아직도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이익이 걸린 사업은 공모방식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고향분들에게 인사말을 한다면.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 주민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는 나이가 들면 고향인 울진에 내려가 살 생각입니다. 그래서 고향 심부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고향에는 지금도 부모님이 살아계십니다. 울진은 수려한 자연과 인심이 좋은 곳입니다. 우리 모두 고향 울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서로 배려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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