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노출 두려우면 나오지 말아야”
“완결성 있는 메릴 스트립 연기 부러워”

여배우 고현정(38)이 연기한 미실은 드라마 `선덕여왕` 돌풍의 견인차였다. 당장 미실의 죽음으로 고현정이 하차하자 `선덕여왕` 시청률이 10% 가까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화제는 고현정의 연기력이었다. 분노하며 눈썹을 파르르 떨 때의 모습에서는 절대자의 냉혹함이 엿보이고, 사다함을 회상할 때의 눈동자는 한껏 슬픔을 자아낸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고현정을 만났다. `선덕여왕`과 그의 3번째 영화 `여배우들`에 대한 궁금함을 풀기 위해서다.

일단 `선덕여왕`을 끝낸 감회를 물으니 “아직 진행 중인 작품인데 그에 대해서 말하면 (제작진에) 누가 될 것 같다”며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화제가 된 눈썹 연기는 어떻게 했느냐고 거듭 묻자, “머리에 쓰는 가채가 너무 무거워서 얼굴도 처졌다. 처진 얼굴을 조금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눈썹을 올리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미실로 주목받은 올 한해를 돌아보면 “그저 나 자신이 기특할 뿐”이라며 말했다.

`여배우들` 출연은 다소 즉흥적이었다. 사석에서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이재용 감독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배우들의 실생활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그 부분이 되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 영화에서는 허구와 실재가 교차한다.

연예계 복귀 후 그는 몇몇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생활도 상당 부분 노출됐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어쩔 수 없는 거죠.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데 남들이 모르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요. 그게 두려우면 어디 들어가서 나오지 말아야죠.”

지금은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하는 고현정도 지난 2005년 연예계 복귀 당시에는 철저하게 외부와 소통하지 않았다.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네, 그런 말에 물론 저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복귀했을 때 너무 소탈하게 하는 것도 가증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무얼 해도 야단맞을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억울한 것도 없고, 오해라고 해명할 것도 없어요.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최근 한 화장품 브랜드의 조사에서 연예계 최강 동안 1위에 오른 고현정은 내년이면 불혹(40세)의 나이다. 여배우로서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뭘 알아야 겁이 나죠. 설혹 겁이 난다고 나이라는 게 안 오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 만개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러려면 순간순간 잘해야죠. 사실 속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조금 성숙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가 넘어서면서 멈췄고, 작년과 올해 좀 많이 자란 것 같아요. 겉모습은 어쩔 수 없죠. 나이를 먹는데. 이제는 흰머리도 좀 있고요. 미용실도 열심히 가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목하게 된 여배우로는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을 꼽았다.

“메릴 스트립의 완결성 있는 연기가 부러워요. 그녀의 연기는 도입부터 끝날 때까지 일정한 완결성이 있어서 설득력이 있어요. 할리우드 배우의 장점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그녀의 연기가 부럽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