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영 / 경북교육청 Hi! e-장학 집필위원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둔 채 11월이 가고 있다. 일찍 찾아든 추위에 마음은 어느새 겨울이다. 그 마음을 데우고 싶어 따뜻한 국화차 한 잔을 앞에 두니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과 겨울맞이에 분주했던 11월에 대한 여러 가지 기억들이 차 향기에 잡혀온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편지 한 통을 보여주었다. 국군 아저씨께 쓴 편지였다.

경북학생신문사에서 전국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위문편지 쓰기 대회에 보낼 것이라며 편지지 꾸미기를 함께하자고 도움을 요청했다.

예쁜 손 글씨로 8절 크기의 편지지 두 장을 가득 메운 위문편지를 읽으니, 이 편지를 받게 될 국군장병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쯤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국토 그 어느 곳에선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 장병에게 특별한 추억 하나를 선물하고 싶어 딸아이와 함께 편지지 구석구석 정성을 담기 시작했다.

문득 낙엽이 흩날리는 11월이 되면 유난히 위문편지를 즐겨 썼던 지난 시절이 떠오른다. 학생의 신분이었던 10대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군인 아저씨께!”, 결혼 전이던 20대엔 “자랑스러운 친구 J에게!” 그리고 30대엔 “사랑하는 내 동생 재현아!”, 그렇게 대상을 달리하며 위문편지를 많이 썼었는데 40대가 되어선 단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낯선 군인 아저씨께 편지를 썼던 10대의 여학생으로 돌아가 편지지를 꾸미기 시작했다. 이 한 통의 편지가 힘든 군생활의 활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연아 선수의 파이팅이모티콘, 5년 동안 간직해 온 행운의 네 잎 클로버까지 아낌없이 붙였다.

딸이 쓴 편지 본문 중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시는 국군 아저씨! 연예인들 중에는 군대 가기 싫어서 이민을 가거나 아프지도 않은 곳을 아프게 만들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아저씨께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입대하셨으니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사회시간에 배웠는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아저씨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저는 우리 오빠랑 남동생이 빨리 군대에 갔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면회를 가고 이렇게 위문편지도 써서 보내주고 싶거든요.”라는 내용이 있었다.

두 아들이 군대 가는 날, 어미인 필자의 마음은 어떠할까?

최근엔 아들을 군대 보낸 지인들로부터 아들이 입대 통지서 받던 날, 훈련소까지 동반하던 날, 사복이 집으로 소포 되어 온 날, 자대배치 받기까지의 두근거림, 또 첫 면회를 가고 첫 휴가를 나오는 아들을 기다리는 설렘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주 듣고 있다.

필자에게도 그런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장병 아들을 둔 엄마들의 대화에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하고 있어서 건장한 청년들은 모두 군대를 가야 한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에게나 인생의 심장부 같은 20대의 2년여를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 끔찍한 낭비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군대 속담처럼 기왕이면 인생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3개월을 보낸다면 본인이나 가족 모두에게 귀한 날들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군대는 병사들에게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을 물려준다.

특히 오늘날처럼 핵가족 및 온라인 생활, 과잉보호, 자기중심주의 및 의존적 생활에 익숙한 신세대에게는 군대가 조직, 규율 및 인내를 배우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머잖아 군복을 입은 늠름한 모습으로 “충성!”하며 경례할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뿌듯해져 온다.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된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전방의 장병들이 가장 먼저 생각날지도 모른다. 오늘은 편지지와 볼펜을 준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위문편지를 한 통 써 보면 어떨까.

진정한 남자가 되어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가족의 마음을 담아 보낸 위문편지는 아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오래오래 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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