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내놓은 신작
비판적 안목 지닌 `사유하는 인간` 중요
삶의 주인이 되고 싶나요? 그럼 생각의 주인 되세요

홍세화가 6년 만에 새 책 `생각의 좌표`(한겨레출판 간)를 펴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빨간 신호등`에 이어 그가 홀로 집필한 여섯 번째 책이다.

이번 새 책의 화두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질문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생각의 뿌리를 살펴보자는 것. 물음은 꼬리를 문다. 과연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 내가 주인이 아닌 내 생각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내가 주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부모의 요구나 주류 사회의 통념이 내 생각의 자리에 대신 똬리를 틀고 들어서 있는 것은 아닌가? 사회적 약자들은 왜 강자의 논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주인 없는 생각이 넘쳐나는 까닭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지 때문인가, 아니면 시스템, 즉 미디어 환경이나 교육 제도의 문제인가?

이렇듯 개인적 성찰은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진다. 특히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사유하는 자`가 아닌 `암기 잘하는 자`를 양산하는 교육 체계에 대한 비판이다.

암기 능력을 기준으로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며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자신의 존재나 처지를 배반하는 의식을 내면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홍세화는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생각의 길을 잃어가는 이 땅의 젊은 벗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글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비판적 안목을 지닌 `사유하는 인간`으로 발걸음을 딛는 작은 실마리라도 얻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그는 자신의 꿈이라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한국 사회를 섣불리 낙관하지 않지만, 결코 그 소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을 바뀌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임을 너무나 잘 아는 그가,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나?”라는 성찰을 주문하는 까닭도 그래야만 사람의 생각이, 사회가 바뀔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이상사회를 미리 그려놓고 그것을 향해 사회운동을 펼쳐 나가기보다는 오늘 이 사회의 불평등과 고통과 불행을 덜어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금 여기`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면서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좌절과 포기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고, “더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라, 덜 비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쉼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영원한 현역 척후병`의 분투는 소중하고, 아름답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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